아! 까치봉
아! 까치봉
일만이천 봉우리의 막내둥이
남강 물안개 피어 오르면
비로봉 더 높아보여
철책선 푸른 능선 할퀴며
동해로 달려도
고진동 까마귀떼
남북을 넘나든다
철조망에 걸린 둥근달 보며
눈물 흘린 초병 얼마이든가
갈대숲 고라니 강 건너가고파
피 토하며 운다.
* 위 그림은 1977년 8월에 까치봉 아래서 북쪽 금강산을 바라보며 그린 금강산 풍경이다.
한차례 퍼부은 소나기가 그치고 나면 남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일만이천봉 봉우리를 감싼다.
아직 물기를 머금은 구름들은 철책선을 넘어 북쪽 하늘을 향해 밀려간다.
초소 벙커에 지붕 위에 올라 이 장엄한 풍경을 바라보면 만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8월이 오면 기억나는 사건들.
첫 휴가 다녀오니 초소의 누렁이가 작은 바둑이로 바뀌어 있었다.
중대장 모르게 마달리 작전 나간 대원들이 어두워 질 때 까지 돌아오지 않아 낮에 소나기가 내려 밤안개 자욱한 계곡을 내려다보며 안절부절 했던일 .
8.18도끼만행 사건 당시 부대 철수하며 전투배치 들어갔던 일들이 떠오른다.
갯목련
(한중섭)
비로봉하 금강연봉이
눈 앞의 병풍만 같아라
낮이면 건봉산 그림자에
묻혀졸다
한게령 넘나드는 구름에
손 흔드는 까치봉
봉우리 뒤통수는 동해를
힐금거리고
봄이면 비탈에서서
목련꽃을 피운다
물어 물어 먼길 찾아온
그리운 님이던가
한맺혀 이정표로
변해버린
전설 속의 그 선녀던가
탈속의 그 자태 그 향기
세진에 찌든 넋은
숨을 멈추고
거칠어진 볼을 한없이 부빈다
* 한중섭 (ROTC13기)
갯목련은 한중위가 1976년 까치봉에서 함께 군생활을 할 때 쓴 작품으로 2014년8월에 내 까치봉 작품 답례로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