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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 나막신

Sam1212 2015. 4. 11. 09:09


 아파트 현관 신발장 안에 커다란 나막신 한 켤레가 먼지 묻은 채로 구두들 틈 사이에 끼어있다. 크기도 꽤 커서 비좁은 신발장 안을 더 좁게 만들고 있다. 나막신은  네델란드의 한 노인에게 받은 선물이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일본에서 열리는 한 걷기대회서다. 2007년에 일본 동송산(히가시마츠야마)이란 작은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쓰리데이마치(3 day march)라는 국제걷기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10km의 제일 가벼운 코스에 참가하여 중간 쯤 통과하고 있는데 한 서양 노인이 커다란 나무신발을 신고 걸어가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좀 신기하기도하고 이상해 보였다. 머리가 허옇고 얼굴의 주름으로 보아 80이 넘어 보이는 노인이다. 나무신발을 신고 뒤뚱거리며 걷는 노인이 신기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으나, 걸음이 늦은 나는 지체할 수 없어 걸어가면서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그를 앞질렀다.


3일간의 행사를 마치고 주최 측에서 마련한 외국인 참가자들을 위한 파티에서 그 노인을 다시 만났다. 걷기 코스에서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지났기에 궁금한 것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83세의 노인은 의외로 영어를 구사하지 못했다. 그와 함께 온 젊은이가 나의 질문에 대해서 친절히 통역을 해주었다. 네델란드에도 나막신 문화가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나는 네델란드에 대한 깊은 문화지식이 없어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을 가지고 각국의 문화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2002월드컵 축구 감독이었던 네델란드 출신 '히딩크'가 떠올랐다. 그를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히딩크를 모르는 한국인은 아무도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통역을 맡은 네델란드인은 나의 히딩크 찬사에 반가워하며 네델란드에서는 히딩크 보다 내 앞에 서있는 이 노인을 모르는 이는 없다고 말했다.

노인의 양복 깃에 매달린 훈장처럼 보이는 메달이 왠지 무게있게 보였다.

나는  만나게 되어 기쁘다며 가지고 있던 태극기 휘장을 선물로 건넸다. 노인은 잠깐 자리를 뜨더니 당시 신고 걸었던 나막신에 자신의 싸인을 해서 답례로 나에게 주었다. 통역을 한 네델란드 젊은이는 노인의 이름과 주소를 적어주었다. 


서울에 돌아와 한참 지나 인터넷에서 네델란드의 나막신 문화를 검색해보았다. 유럽에도 나막신 문화가 있었다. 나막신을 싸보(Sabot)라 부르기도 하며 노동운동 '사보타지'의 어원이 산업혁명당시 노동자들이 나막신을 기계에 끼워 넣은 데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노인이 정말로 네델란드에서 유명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보려했으나 찾아내지 못했다.


유명인 여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함께 걸으며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웃고 같이 슬픔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함께하는 지구인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하고 기품 있는 얼굴로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H.J Doornkamp 노인 아직 살아 계시다면 90이 넘은 나이다. 





네델란드 나막신





  H.J Doornkamp 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