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손(이름없는 사람들)
40년전 전방 철책선에서 함께 근무한 소대원 변은섭 사장의 집을 찾았다.
그는 고향인 아산에서 연밭을 가꾸면서 연잎을 재료로한 '연잎스토리'란 식품가공업을 경영하고 있다.
변사장은 군시절에 만능 선수였다.
키는 좀 작지만 단단한 체구다.
사격 행군 총검술은 같은 기본 과목도 잘하고 소대원들과 아래위로 인화도 좋으니 모범 병사였다.
그의 진가는 당시 전방 생활에 필요한 만능 기술자 역할에있다.
야전 곡괭이를 갈아서 자귀를 만들고 통나무를 쪼개 판자를 만들었다.
철조망을 잘라 못을 만들고 크레모아박스 나 벙커 공사장에서 필요한 질통을 만들어냈다.
당시 험난한 군생활에서 소대에 이런 소대원 한 명있으면 큰 힘이되었다.
전역 후 대원들은 변사장을 맥가이버 변병장이라 부른다.
전역 후 사회 생활 하면서 이따금 소식을 전했다.
워낙 성실하고 재주가 많아 무슨 일을 하든지 성공하리라 믿었다.
군 시절 그의 집 주소가 과수원으로 되있어 과수원 경영으로 성공했을 줄 알았다.
아니면 그곳에도 부동산 개발 바람이 불었으니 시골의 땅부자가 되었을 줄 알고 있었다.
그가 옛 전우들을 집에 초청했다.
전우와 옛소대장에게 사업장을 보여주고 삽교천 횟집에서 함께 식사를했다.
변사장은 그가 고향에서 겪은 험난한 삶의 과정을 식사 중에 들려주었다.
부지런하고 억척같은 그는 고향에서 한우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한우 대량 사육을 국가가 장려했고 전국적으로 번진 적이 있었다.
80년대 한우가격 폭락사태로 사업은 위기에 몰렸다.
금싸라기같은 과수원을 처분하여 융자금을 가까스로 상환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한 사업은 연잎 가공사업이다.
논에 연꽃 단지를 만들어 연잎으로 차 국수 연잎 밥을 만들어 납품하는 농촌형 식품가공업이다.
사업이 잘되고 정부 기관에서도 지원해주기로 약속해 사업을 확장하였다.
그러나 예상은 또다시 빗나갔다.또 한번 나락으로 떨어졌다.
몰려드는 채권자들을 변 사장은 도망가지 않고 온 몸으로 막아내며 신뢰를 지켰다.
그의 신의와 검게 그을린 얼굴 그리고 마디굵은 손이 사업 재기의 보증이되었다.
변사장은 사업을 다시 안정 괴도에 올려놓았다.
변사장의 분투기를 함께 들으며 모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그의 영광스런 손을 그리고 3소대장이었던 한중위님이 작시를해
변사장에게 드린다.
변사장은 식당 마루바닦에 무릎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앉았다.
사연인즉 군 시절 건봉산 자락에서 작업하다 다쳤던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말했다.
소대원들과 철조망을 메고 올라가다 앞서가던 병사가 떨군 철조망 뭉치가 굴러와 발목을쳤다.
당시는 큰 부상이 안되 별 치료 없이 넘어가고 전역을했다.
당시 군 생활은 경계근무 보다 작업이 더 어려웠다.
고지 마다 산 능선마다 수 많은 지하 벙커작업
동해안 해안선 따라 철조망 설치작업
군용 메리야스로 횃불을 만들어 밤을 밝히며 작업을 기간내 완료했다.
병사들은 손에 피멍이들었고
용접병의 눈은 항상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이름없는 사람들
시력이 안좋아서
평발이라서
두드러기가 나는 체질이라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서느라
군역 면제 받은 사람들
그들이 우리 사회를
움직여가고있다
나라의 발전을위해
민족의 통일을위해
큰소리로 외쳐댄다
임진왜란 때
임금님 모시고 북으로 내뺏다
병자호란 때도 똑같았다
임금님 모시고 남한산성으로 숨었다
육이오 전쟁통에도 그랬다
사직 보전을위해
항전 준비를위해
부끄러운 이름들
그들이 떵떵거리고
우리를 호령하고있다
민족과 국가의 안녕을 외쳐댄다
부끄러운 얼굴들이
자랑스런 이름되고
때로는 유공자도 된다
국사책에 이름을 올리고
훗날 가문의 자랑이된다
칼들고 돌진하다
조총 맞아죽은 의병들
맨발로 만주벌판 끌려갔던
흰옷 입은 여인네들
코 베어 소금에 절여져
교토에 묻힌 원혼들
태백능선 골자기
낙동강 언덕에
흙이되어 묻힌 일등병
그들은 모두 이름이 없다.
(2015년 6월 호국보훈의 달에)
손
(한중섭)
덩그러니 마디 드러난
고행승 닮은 손이여
지문 닳아 거친 손바닦에
세월의 눈물과 땀이
비치네
네 부지런함으로
멕이고 입혀 삼남매
가르치고
늙은 아버지 몸 누이실
저 곳 마련했다네
삽과 망치
기꺼이 잡지 않았다면
연스토리 어느것이
제모습으로
반듯할 것인가
일마다 열망에
등은 굽고 주름살 깊어도
오래 가슴에 남을
아름다운 손이여
감동적인 변사장의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