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엽서화
인왕산(윤동주 언덕, 수성동)
Sam1212
2018. 4. 21. 22:11
인왕산에 올라
봄빛 찬란한 금요일 오후 친구들과 함께 인왕산에 올랐다.
멀리 남산이 보이고 그 아래 서울의 자랑스런 빌딩숲이 펼쳐저있다.
눈을 돌려 좌측을 바라보면 나랏님이 사시는 푸른 기와집도 보인다.
민족과 나라의 장래가 연일 험한 격랑에 출렁인다.
조선의 화가 겸재가 바라보았던 안개낀 평화로운 장안 풍경을 상상해보고
식민지 학생 인 윤동주의 고뇌에찬 심정도 헤아려본다.
첨탑 꼭대기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우리의 배가 풍랑을 극복하고 대양을 가로지르기를 기도드린다.
십자가
-윤동주-
쫓아오는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은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이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기린교에서
인왕산에 비 내리면
계곡 물살 바위벽 치는 소리 우렁차
수성동이라 했다지
절벽 위에 걸친 두 쪽 돌다리
물소리 들으며 수 백년 자리 지킨다
누가 저 돌다리 건너갔을까
겸재 그림 들고
이병연집 찾아 건넜고
천수경의 집에 모인 문사들
물소리 들으려고 함께 올라 건너갔고
윤덕영 하인 데리고
벽수산장 설계도 들고 건넜으리라
아랫동네 살던 이상
구본웅과 함께 건넜을지 모르고
하숙집 나온 윤동주
시집 옆에 끼고 건너갔을지 모른다
오늘 물소리 멈췄어도
그 자태 여전한데
건너가는 사람 볼 수 없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