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엽서화

서산 (황금산, 왜목마을)

Sam1212 2018. 5. 31. 16:14



그날을 기다리며


모래밭에 찍힌 두 줄 발자욱

얼마나 걸어왔나

얼마를 더 가야하나

이따금 가까워지고 또 멀어지고

그날이 오면 한 줄 될까


형은 우측 길로

동생은 좌측 길로

3대 째  따로 걸어왔네

히죽이 형 뚱뚱이 동생

손잡고 함께 가자하네


그날이 오면

삼각산이 덩실덩실 춤을추고

한강물이 뒤집힌다했지

조금 더 기다리면

그날이 온다하네


농사꾼 말이라면 믿지만 

뱃 속엔 욕심 꽉찬 사람들

그래도 이번은 믿어보라 하네


용감한 까마귀 한 마리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산산조각 내버리면 되는 것을

오늘도 그날 오기만 기다리네









그날이 오면/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을 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끈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르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로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당진 심훈 기념관 시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