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1212 2018. 7. 2. 15:16



 몽골 초원에서


아침 해 얼굴 내밀면

초원 위 긴 산 그림자

흰 양 검은 염소 떼 

줄지어 언덕을 오른다


마두금에 올라탄 흐미

 천산  넘은 바람에 실려

고비사막 향해 달린다


그 옛날  양떼 몰던 소년

칸 되어 칼차고  말에 올랐었지 

아마 도망친 바람 잡으러 

천리 만리 찾아 나섰을 지도 몰라.




공연 준비 중


서쪽 하늘 붉게 물들면

산 그림자 깊게 초원에 깔린다

초원의 양떼도 바람도

쉬러 들어간다

게르 푸른 연기 신호 올리면

동쪽 장막 뒤 별들 모여들고

 공연 준비 요란하다.





공연장에서


얼마나 기다리고  설레였던가

하늘 무대 공연장

한 분만이 할 수 있는 호화 연출

지상 최대의 쇼 


장막 걷치자  배우들 두 세 명 등장

목을 빼들고 등장 인물을 살펴봐

내가 좋아하는 꼬마 배우도 나왔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

주연 배우가 벌써 등장

그녀 분장 너무 밝고  화려해

초반부터 주연의 독판이네

내 좋아하는 배우들 모두 안보인다


공연 날자를 잘못 짚었네

 오늘 음력 십오일

비행기 타고 보러왔는데

다음 번 기약하고 게르 속으로 들어왔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시야. 

혹은 여자로 치면 구멍이 세개인 거라.

처음에는 총각들이 오줌 구멍을 그 구멍으로 생각하며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그건 안들어가는거라.

항문에 집어넣으면 그건 더러워지는거고, 

밖에서보면 구멍이 하나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건지 저건지 항상 근처에가서 딴데 집어넣는거라.

 그러니까 늘 가까이 있어야해. 

그러다 갑자기 손이 확들어와서 화들짝 놀라는 시를 써야해.

그러면 지가 먼저 싸면 안되

 대상이 만족할  때까지 조금 기다릴줄 알아야되"

(이성복/시인)





삶과 글은 일치해요. 바르게 써야 바르게 살 수 있어요.

평생 할 일은 이 공부 밖에없어요. 

공부 할수록 괴로움은 커지지만 

공부 안하면 내다리인지 남의 다리인지 구분할수 없어요.

젠체 안하고  남 무시 안하려면 계속 공부해야해요.

늘 문제되는 것은 능력이나 재주가 아니라 태도와 방향이에요.

無限花序 /삶  (이성복)



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말이 있지요.

사마귀가 겁없이 수레 앞에 버티고 서서 한 번 해보겠다고 덤비는 것이지요.

참  말도 안되는 한심한 짓이지만, 시도 이런 것이 아닐까해요.

아름드리 기둥 나무를 뽑겠다고 부둥켜안고 용써보는 것.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에 실패 안할 수밖에 없다는 듯이 '올인'하는것. 

그거라도 안하면 우리가 할 수있는 일이 뭐겠어요.

(무한화서/이성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