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몽골 초원에서
아침 해 얼굴 내밀면
초원 위 긴 산 그림자
흰 양 검은 염소 떼
줄지어 언덕을 오른다
마두금에 올라탄 흐미
천산 넘은 바람에 실려
고비사막 향해 달린다
그 옛날 양떼 몰던 소년
칸 되어 칼차고 말에 올랐었지
아마 도망친 바람 잡으러
천리 만리 찾아 나섰을 지도 몰라.
공연 준비 중
서쪽 하늘 붉게 물들면
산 그림자 깊게 초원에 깔린다
초원의 양떼도 바람도
쉬러 들어간다
게르 푸른 연기 신호 올리면
동쪽 장막 뒤 별들 모여들고
공연 준비 요란하다.
공연장에서
얼마나 기다리고 설레였던가
하늘 무대 공연장
한 분만이 할 수 있는 호화 연출
지상 최대의 쇼
장막 걷치자 배우들 두 세 명 등장
목을 빼들고 등장 인물을 살펴봐
내가 좋아하는 꼬마 배우도 나왔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
주연 배우가 벌써 등장
그녀 분장 너무 밝고 화려해
초반부터 주연의 독판이네
내 좋아하는 배우들 모두 안보인다
공연 날자를 잘못 짚었네
오늘 음력 십오일
비행기 타고 보러왔는데
다음 번 기약하고 게르 속으로 들어왔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시야.
혹은 여자로 치면 구멍이 세개인 거라.
처음에는 총각들이 오줌 구멍을 그 구멍으로 생각하며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그건 안들어가는거라.
항문에 집어넣으면 그건 더러워지는거고,
밖에서보면 구멍이 하나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건지 저건지 항상 근처에가서 딴데 집어넣는거라.
그러니까 늘 가까이 있어야해.
그러다 갑자기 손이 확들어와서 화들짝 놀라는 시를 써야해.
그러면 지가 먼저 싸면 안되
대상이 만족할 때까지 조금 기다릴줄 알아야되"
(이성복/시인)
삶과 글은 일치해요. 바르게 써야 바르게 살 수 있어요.
평생 할 일은 이 공부 밖에없어요.
공부 할수록 괴로움은 커지지만
공부 안하면 내다리인지 남의 다리인지 구분할수 없어요.
젠체 안하고 남 무시 안하려면 계속 공부해야해요.
늘 문제되는 것은 능력이나 재주가 아니라 태도와 방향이에요.
無限花序 /삶 (이성복)
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말이 있지요.
사마귀가 겁없이 수레 앞에 버티고 서서 한 번 해보겠다고 덤비는 것이지요.
참 말도 안되는 한심한 짓이지만, 시도 이런 것이 아닐까해요.
아름드리 기둥 나무를 뽑겠다고 부둥켜안고 용써보는 것.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에 실패 안할 수밖에 없다는 듯이 '올인'하는것.
그거라도 안하면 우리가 할 수있는 일이 뭐겠어요.
(무한화서/이성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