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엽서화
보리밭
Sam1212
2019. 2. 26. 16:35
푸른 보리밭
눈덮힌 보리밭을 바라보면 강한 생명력에 감동을 받기도하고 영감을 얻을 때가 있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다 먼저 간 두 사람의 글 중에 나타난 '푸른보리밭'을 보면서
시대의 기쁨과 아픔을 다시 느껴본다.
부산의 유엔군 묘지 단장 공사를 맡아 하는 중이었다.
천지가 꽝꽝얼어붙은 깊은 삼동에 그 묘지를 어떻게 파랗게 단장해줄 수 없느냐는 기상천외한 주문이었다.
(~) 낙동강 연안 남지 모래질 벌판의 보리밭을 통째로 사서 파란 보리 포기들을 떠다 묘지에 심었다.
(~) 미군 관계자들은 "원더풀 원더풀 굿 아이디어" 큰 눈을 휘둥그래 더크게 벌려뜨고 감탄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정주영)
지금도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남한산성 교도소는 목욕탕이 주벽 바깥에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왔을 때 입니다.
주벽에 딸린 쪽문을 통해서 일렬로 쭉 늘어서서 맨발로 목욕탕을 향했습니다.
쪽문을 나서자 시야가 열리면서 푸른 보리밭이 무연히 펼쳐저 있었습니다. 바깥은 벌써 봄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등뒤에서 갑자기 내 허리를 껴안으면서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신중위님 나 진짜 살고 싶어요"
그 였습니다. '푸른 보리밭'은 지금도 그때의 기억과 함께 '생명'의 벌판입니다.
(담론/신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