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엽서화

내 친구(그러니 그대 사라지지말아라)

Sam1212 2019. 3. 6. 18:39





내 친구

작년 봄 연락을 끊었다

전화 카톡 모두 불통이다

부인이 유방암이란 소문을 들었다


그 작은 체구로 어떻게 견뎠는지

그래도 엠원 소총메고 구보 낙오 한적 없댄다

철책선 근무서며 빳다도 맞아보았댄다


제대 후  영업사원 5년

 사표내고 사업장 냈다 했다

내가 서울 올라오면 꼭 술값을 냈다

 월급쟁이보단 낫다 했다


사업장을 하나 더 냈다 했다

항상 미소 짓는 얼굴

남의 말을 너무 잘 믿었다


부도 소식을 들었다

연대보증 덫에 누님 집까지

집안이 풍지박산이라 했다


아파트 경비 짤렸을 때 만났다

벗나무 낚엽 떨굴 때 젤 힘들다 말했다

다시 자리 알아보고 있다 말했다

소주잔 건네주며 또 웃었다


열심히 사는 친구들 많다

거짓말 못하고 사는 친구들 많다

나라와 민족  외치지 않고 사는 친구들 많다

독하지 못해 머리띠 매고 시위 한 번 못하는 친구들 많다.

그래도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사는 잘난분들 보다 났다

친구야, 희미한 불빛만 살아있다면

 그러니 살아지지말아라.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마라/박노해


"삶은 기적이다

인간은 신비다

희망은 불멸이다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16살 상경 낮엔 노동자 밤에는 학생.

얼굴없는시인, 1984'노동의 새벽' 시집 금서지정

1989 '사노맹'(남한 사회주의 노동자동맹)결성

1991년 체포 사형구형 무기징역 감형

1998년 석방 민주화유공자 복권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

국가보상 거부

생명 평화 나눔 가치 실현 사회운동.


지난 해 연락을 끊은 친구가 2명이나 생겼다.

살아가기가 무척 힘들어 친구들 얼굴 대하기도 부담스러운가보다.

오래 전 적어준 친구의 집 주소를 들고  찾아갔었다.

헛걸음하고 전철 경로석에 앉아 돌아오는 길 박노해의

'그대 그러니 사라지지마라' 시구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