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
사발꽃
하회마을 유대감댁 담장 위에
사발꽃 활짝 피었다
그 옛날 지나가던 머슴들 꽃 쳐다보며
대감님댁 밥상 위에 사발 생각했겠지
수북히 담긴 흰 쌀밥
나무에 주렁주렁 달렸다
이 땅에 흰옷 입고 살던 사람들
쌀밥 세끼 먹으려 수백 년을 싸웠다
아직도 고깃국에 세끼 쌀밥
목메어 기다리는 사람들 있다
얼마를 더 기다려야
사발꽃이 스노우볼(snowball)이 되려나.
"권력과 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자에게 최고의 명에는
공공사업에 사유재산을 기부하는 것이다"
(Roma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시오노 나나미)
"하나님은 우리가 부를 고르게 나누기만 한다면
부를 싫어하지 않으시는 듯 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 하나님은 진노하신다.
부가 한곳에 점점더 집중될 때
우리에게 나쁜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거대한 불평등을 인식할 때
사회적 유대는 해체되고
사기가 저하되고 분노가 밀려온다"
(Rediscovering Values/ Jim Wallis)
" 부자가 부자의 악덕에서 허어나기 어렵듯이
가난뱅이 에게도 가난뱅이의 악덕은 있다.
또 부자의 미덕이 있듯이 가난뱅이의 미덕이 있는 것이다.
인간은 전면적으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밥 벌이의 지겨움/김훈)
"집나간 마음을 단속하는 것, 집나간 마음을 찾아오라(求放心,)
이것을 총괄 경(敬) 혹은 거경 (居敬)이라 한다.
주자학의 경(敬)은 시선이 밖이 아니라 안을 향해 있다.
내면의 자기 의식적 통합을 바탕으로
사물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정신 상태와 그 유지다.
주자학에서 윤리학의 과제는
1차적으로는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고(居敬)
2차적으로 마음에 구비된 理를 밝혀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격물(格物)이라한다"
(조선 유학의 거장들/한형조)
울 엄니
엄니를 생각하면
웬지 가슴이 아려온다
보리고개 높아 가던 왜정 시절
스므살도 못채우고 장손집에 시집와서
밥하고 빨래하고
호미들고 밭을 매어도
강냉이죽도 배불리 못 먹으신
울엄니
사랑방에 모인 남정네도
바닥에 가라앉은 밥풀떼기 바라보며
갈증도 없으면서 목이 마른 체
그 많은 숭늉을 번갈아 마셨거니
그네들이 물린 밥상 들고
부엌에서 수저 들던 아낙들
엄니를 생각하면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진다
제대로 먹지 못해 자그마한 몸
연연생에 이삼년 터울로
여덟놈이 빨아대던 젓가슴은
쭈그러들고
부실한 잇몸에 틀니 몇개 남아
이제는 뼈마저 쪼그라들어
바람이 불면 그냥 날아갈 것같다
이제는 아무 일도 하지말라 해도
놀 줄 모르는 손이 말을 안들어
오늘도 고연시리
덜 익은 단호박을
열개도 넘게 따 놓고는
며느리한테 혼나고 있다
오랜만에 보아도
아들 삼형제는 알다가 모르다가
어쩌다가 알아보면
큰 상이라도 받은 양
떠들며 좋아하는 손자손녀들
오늘도 네째딸보고 둘째냐고 물으신다
엄니를 생각만하면
고연히 눈가가 젖어온다
올해미수 나이 팔팔 생일에
아들을 따라 주님을 영접하셨다
한 마디씩 힘겹게 따라하셨다
어디서 들었는지
교회도 돈내야 좋아한다며
돈 없이 교회에는 안 가겠단다
그래서 기도문 하나 알려드렸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내대신 돌아가셔서 감사합니다
외우고 또 외우시더니
이제는 혼자서도 하시겠단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내 대신 돌아가셔서 감사합니다
이러고 절하능거여?
아녀요 엄니 절은 필요없어요
엄니 손을 잡고
교회까지 산책을 했다
일 키로도 안되는 곳이지만
생전 처음이시란다
지나가는 빗방울을 맞으며
돌아오는 길에
기도문을 복습하셨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내대신 돌아가셔서 감사합니다
주문처럼 외우시고 또 물으신다
이러고 절하능겨?
아녀요 엄니 절은 안 하는거요
누군가는 임종 순간에
발가락 한번 움직였다고
울아버지 구원받았다고 기뻐했다는데
울엄니는
입으로 시인하셨다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이제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다 내려 놓으실 때
아브라함의 품에 안긴
나사로의 행복만은 차지하셨다.
(2008.7.15 공주에서 정근창)
*공주 사곡면 출신의 동기생 정근창 지금 아프리카 탄자니아 건설현장에 나가있다.
"귀족들과 평민들은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 나라는 읽고 쓰기에서 즐거움을 많이 얻는듯 하다.
이나라는 손으로 쓰거나 인쇄된 고서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너무나도 소중하게 보관기 때문에 왕의 동생이라도 와야 내줄 것 같다.
여러개의 사고는 몇개 도시에 나누어 보관해 불이 나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도록 한다"
(조선왕국기/하멜)
"백인들은 노인들을 그저 무력한 이들로 보고 그들을 별로 존중하지 않은데 비해
라코타인들은 노인들이야말로 오랜 삶의 여정을 통해서
수 많은 지식과 지헤를 지닌 이들로 여겨 깊이 존중하고 따랐으며 이들에게 기꺼이 배우고자 했다"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하라/조샙 M. 마샬 3세)
연못
넓은 연못에 많은 생명들이 기대어 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물속에도 살고 있다
낮엔 산 그림자 나무 그림자도 들어와 쉬었다 간다
못 가장자리에 핀 노랑 꽃 창포
넓은 못을 내려다보며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연못의 주인 행세를 한다
연못을 덮은 연잎과 이름없는 풀들
창포 앞에 서면 작아진다
침묵을 지키며 살아간다
앞산 뻐구기 울면
진흙 속의 연 꽃대를 밀어올리리라
물속 세상의 비밀을 아는 이는 연꽃 뿐이다.
"침묵이란 시간과 친해지는 일이다.
시간과 싸우지도 않고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으며
시간을 뒤 쫓으려 하지도 않는다.
침묵은 시간과 함께 자유롭게 떠돌아 다니면서
순간 순간 흐르는 것들을 그대로 내버려둔다"
(명상/웬디 수녀)
"홀로 있음은 보라빛 외로움이 아니다.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것은 당당한 인간 실존이다.
사람은 홀로 있을 때 순수하다. 모든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된다.
그리고 궁리를 한다.
가장 옳바른 것을 생각하고 깊은 것을 들여다보고
높은 곳에 눈을 주게된다.
또한 사람이 홀로 있을 때는
죽음이라든지 영원 같은 비일상적인 것을 헤아리게된다.
.껍질에서 알맹이를 찾는다. 그래서 제 정신을 차리게된다"
(서있는 사람들/ 法頂)
솟을대문
솟을대문 담장 위로
장미넝쿨 화려하다
도포입고 갓쓰고 호령하던 양반님네
'이리 오너라'소리 그친지 100년
기왓장 위 이끼 푸르고
능소화 자리 장미가 빼았었다
말 맸던 자리 승용차 서있고
몰려온 관광객 셀카 찍기 바쁘다
대감님 손자 노동조합원 되어
머리에 빨간띠 동여매고 고함치고
머슴 손자 사장님되어
법원에 불려다닌다
침모 증손녀 판사 되어
검은 법복 입고 등 높은 의자에 앉았다
모두 세월이 만들어낸다
하나님 주신 공평한 시간
솟을대문 키 자랑하지마라
언제 철대문이 밀고올지 모른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났다.
그러나 한반도는 반세기가 넘도록 아직도 분단되어 있으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분열에 대한 경향이 무엇인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기탓을 하기보다는
다른 적을 골라 비난하는 것이 무척 쉽고 만족을 가져다 주는 일이다.
하지만 외부 적이 오기 전에도 여전히 문제가 상존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얼마나 쓸모있는 방법일까?"
(발칙한 한국학/ J. 스콧 버거슨)
"한 계급의 호화로운 생활은 다른 계급의 궁핍한 생활로 균형이 맞추어진다.
한편에 궁전이 있으면 다른 한편엔 빈민 구제시설과 말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이집트 왕들의 무덤인 피라미드 공사에 동원된 수 많은 사람들은 마늘을 먹으면서
연명했으며 죽은 후에는 격식도 제대로 갖추지못하고 아무렇게나 묻혔을 것이다"
(월든/헨리 데이빗 쏘로우)
외나무다리
하나님 감사합니다
당신이 주신 나의 작은 달란트로
친구의 따스한 손을 다시 잡게 했습니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내 친구 호종이
그가 지금 외나무 다리를 휘척이며 건너가고 있습니다
어제 짜장면을 함께하며 바라본 친구의 모습
머리털은 다 빠졌고 눈두덩이는 벌겋게 부어있었습니다
내일 네번째 항암치료 들어간다합니다
앞으로 다섯번을 더 받아야 한다며
삶의 의지를 보여주었습다
그가 저 다리를 다 건너가는 동안
두 다리 휘청거리지 않게 해주시고
앞만 보며 걸어가게 해주시고
다 건너가 푸른 풀밭에 엎드려
감사의 기도를 함께 드리는 시간이 오게하소서.
"여호아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시편 23편)
"하나님 이 찬란한 빛과 아름다운 풍경 생명이 넘치는 이세상 모든 것을 당신께서 만드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왜 당신의 딸 민아에게서 그 빛을 거두려 하십니까?
만약 민아가 어제 본것을 내일 볼 수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또 볼수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는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남들보다 좀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기에 좀더 자주 넘어졌고
그래서 어쩌면 넘어지기 전에 이미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은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가르치기위해 넘어뜨린다고 나는 믿는다.
넘어질 때마다 나는 번번이 죽을힘을 다해 일어났고
넘어지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넘어져봤기에 내가 조금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난 확신한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