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
머슴의 반심(叛心)
평생 농사꾼으로 살아왔다
머리 벗겨지게 뜨거운 말복더위
들판엔 할 일 산적해 있다
지난 폭우에 무너진 논두렁
고추밭 참깨밭엔 잡초가 무성하다
오늘은 왠지 들판에 나가고 싶지않다.
그들이 나보고 농사일 똑바로하라 말했다
밭일 끝내고 날 저물어 돌아오는 나에게
막내 도련님이 염장을 질렀다
공부한다고 들일 한 번 해본적 없는 주제에
텃밭 풀 왜 안뽑았냐고 말했다
주막집 앞을 지나다 만난 큰 도련님
대낮부터 벌겋게 취해 비틀거리며
논두렁 무너진 것 언제까지 고칠거냐고
농사일 똑바로 하라 말했다
주인 어르신은 오늘도 천렵 나가셨는지
아침부터 안보이신다
평생 농사일이라면 이골이난 몸이나
오늘은 왠지 일하러 나가기 싫다.
애국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살아왔다
군대 3년 예비군 민방위 10년 꼬박 해냈다
헤아려보니 이사를 9번 다녔다
지하방 옥탑방 월세 전세 다 거쳤다
그래도 아파트 입주까지 위장 전입 한번 않했다
배움이 짧아서 논문 표절이 뭔말인지 모르고
미국에는 가본적도 없다
잘난 그들이 나보고 애국하라 호통친다
어깨엔 별을 서너개씩 달았던 분들이
적이 누군지 제대로 말도 못한다
우리 땐 선임하사님도 저들보다 나았다
엠16 분해결합도 제대로 못해본 이들이
이스칸데르 미사일 제원을 술술 말한다
자본가를 증오하고 노동자를 위한다는 이들이
주식에 펀드로 수억원을 굴리고 있다
그들이 나에게 애국하라 호통을 친다
오늘은 왠지 애국하고 싶은 맘이 안생긴다
그래도 우리 모두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맥문동
그늘 속에서
힘차게 꽃대를 밀어 올렸다
남들 햇볕을 탐할 때
머리 숙이고 살았다
붉은색 노란색 잘난 애들
매미 합창소리 들으며 노닐 때
음습한 땅바닥 열심히 후비며
지렁이 친구 삼았다
보아라 퍼렇게 멍든 이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