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사
흥국사
법당 뒤 백년 넘은 상수리 나무
숨어 울던 왕매미 날아간지 오래
낙엽 떨구니
태풍에 부러진 큰 가지 내보인다.
대웅전 기와 지붕 위로
저녁 햇살 하얗게 쏟아져 내리고
독경 소리 그치니
처마 끝 풍경도 졸고 있다.
앞 능선 떡갈나무 숲
단풍 홀로 불 타오르고
하늘 끝에 매달린 의상봉
이제 그만 내려오라 손짓한다.
(2019.11.6)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 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법정)
"지켜야만하는 칼을 쥐고 강을 건너는 자는 불안하다.
종착점이 어딘지 어떻게 가는지 알 수 없는
강물의 흐름이 두렵고
딱히 도피할 곳도 없는좁은 배안에서
내 소중한 칼을 빼았아 갈것만 같은 타인도 무섭다"
(매혹의 문화 유혹의 인간/정해성)
유튜브
한중섭
유튜브란 만물상이란 간판을 달았다
북과 꽹과리를 두들긴ㄴ
호기심 똘마니들의 호객에
하릴없이 배회하던 시선은
백발백중 코가꾀인다
구미에 맞는 비린 미끼가
곳곳에서 기다린다
머리에 무었이 들었건
대가릿 수는 권력이라
뉴스공장서 가짜뉴스도맹글고
별난 언사 이상행동으로 꼬여
미끼를 탐하던 고기들도
좋아요 구독을 눌러주세요하며
미끼를 끼워 낚시줄을 드리운다
프로 낚시꾼조차 수시로 낚인다
말초신경 수난시대며
꿈꾸는 핸드폰 중독시대라
신문으로 시간을 죽이듯
인터넷에 정신을 팔아
소쉽게 애들로 돌아가고
현실은 가볍게 꿈으로 가린다
무일푼 건달도
럭셔리 전원주택을 거닐며
강변가 카페의 진한 커피를 마시고
요모양 요꼴이라 풍수탓하며
띠별 운세를 훑는다
아바타는 밭일하는 풍만한
동남아 여자를 겁탈한다
부끄러워 입에 담지 못할
십구금은 여기엔 없다
무뎌진 감각 뻔뻔한 노골이
세상과 한통속이 되어
오늘도 탁류로 흘러든다
허공이라도 채워넣겠다는
죽일놈의 호기심은
어딘가의 숨겨진 고향을 찾아
망향의 한을 풀것인가
꿈꾸는 석상으로 남겨 질 것인가
까발기는 통쾌
분노에 분노를 보태는 위로
내 답답을 풀면 남도 시원해지는
위대한 발명품
판도라의 상자 유튜브는
우주처럼 끝모르게 팽창중이다
목적지도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