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1212 2019. 12. 21. 21:47


굽은 소나무


소나무 한그루

무리에서 떨어져

씨멘트 길가에 서서

고개를 빼들고 먼산을 본다


허리는 굽고

몸통은 비틀리고

등줄기에 커다란 옹이 두개


허리 굽힐 때 흘렸던 눈물

몸통 비틀릴 때 지렀던 비명

아픈 상처 보듬으며 만든 흔적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대견하다

장하다

산 넘어 저 콩크리트 아파트

없어질 때까지 살아서

네 이야기를 전해라

(2019.12.21)


"과거에는 노인이 될때까지 살아있는 경우가 흔치 않았고,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은

전통과 지식 역사의 수호자로서 특별한 기능을 했다.

(~)

 10만년에 달하는 인류 역사 중 최근 수백년을 제외하면

평균 수명이 30세 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로마제국 신민의 평균 수명은 28세 이하 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늙기 전에 죽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었다는 얘기다.

(~)

나이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아툴 가완디/Bing mortal /어떻게 죽을 것인가)


"길모퉁이를 돌아서면 바로 죽음과 마주치게 될지

아니면 내일일지 혹은 10년 후일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채 매일매일 정신없이 살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죽음을 꽉막힌 벽으로 여길 것인지

아니면 열린 문으로 대할 것인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현채/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가)




둘레길 걸으며


출발점도 없고

종착점도 없다

편한 곳으로 올라와

마음 내키는대로 걷다

내려가면 된다


사람들은

별것도 아닌것에

출발점 종착점 만들어놓고

마음 졸이며 살아간다

(1019.12.17)


"시간은 가지도

오지도 않는다

오직 지금이 있을 뿐이다

끝없는 지금 위에

길을 낸건 해와달

그리고 땅이다"

(조정빈/시간이 가면 중 일부)


"남한강을 사랑하는 갈대들이

하룻밤 사이에 겨울을 불러들여

아무데도 못가게 붙들어 둔줄을

나룻배는 저 혼자만 모르고 있습니다"

(정호승/남한강 중 일부)


"없음이 흘러갔다

얼마나 오래 흘렀는지 아무도 모른다

시간의 물결을 타고

저 강력한 강물이 흘러갔다

옛날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언제나 있는

그 어떤 시작도 목표도 없이"

(영원한 없음/ 줄루족 구전 신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