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방길에서
둑방길에서
둑방길 벗나무 아래
전지한 무궁화 한 그루
앙상한 가지 몸통만 남아
초라한 모습 눈길 주는 이 없다
개나리 벗꽃 박태기꽃
모두 화려한 꽃 자랑
잎새도 없이 꽃부터 피웠다
부러워마라
화려한 애들 모두 한 철이다
참고 기다려라
보이는냐
개나리 벌써 꽃잎 떨구고 있다
저 벗꽃도 봄비 한 번이면 다 간다
서러워마라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너는 푸른 새 잎부터 피워내라
네 날이 반드시 온다
참고 기다려라
불볕 태양 아래 네 모습
무궁하게 피울 날 온다
(2020.4.16)
"군중의 특성을 획득하려면 반드시 어떤 자극제의 영향을 받아야한다.
의식을 가진 개성이 사라지고 감정과 생각이
어떤 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1차 특성이다.
집단적 정신상태로 '조직된 군중' '심리적 군중'이라 칭한다.
심리적 군중이 일단 구성되면 일시적이지만
결정적 힘을 지닌 일반적 특성을 획득한다.
개인의 지적능력 즉 그들의 개체성은 집단의 정신상태 속에서 사라진다.
이질성은 동질성 속에 섞이고 무의식적 자질들이 우위를 차지한다"
(구스타브 르 봉/군중심리)
"개인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지만
집단은 극히 비이성적이다.
그것이 개체로서 사고하는 인간과
무리의 일원으로 행동하는 인간의 차이다"
(리영희/대화)
무궁화
화려한 자랑에 기죽지마라
벗나무 아래
가지 잘린 무궁화 한 그루
앙상한 몸통이라
눈길 주는 이 없다
개나리 벗꽃 박태기꽃
화려한 자랑에 기죽지마라
저들 화려함도 한 철일뿐이다
보이느냐?
벌써 개나리꽃은 지고
벗꽃도 봄비에 이내 스러지리
서러워마라
만사에 때가 있다고 말했으니
아픔을 회복한 네 가지에도
화려하게 꽃피울
너의 때는 정령 오리니
기다림의 인고의 꽃
불볕 태양도 어쩌지 못 할
아리따운 네 젊은 꽃은 기필코 피리라
지면 또 피워 너를 무궁화라 부르리.
*친구 Caleb Moon(시인)이 이렇게 고쳐 보내왔다.
시의 매력은 은유다.
은유에 담긴 작가의 숨은 뜻을 제3자가 정확히 알아내기는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