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 박 ㅂ 천)
고목의 침묵
운현궁 노락당 앞
첫눈을 이고 선 늙은 느티나무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주인 어른이 살아낸 세월
'상갓집 개'라 불린 고난도
힘이 넘치던 세월도 있었다
노년의 편안함은 어디에 있고
노년의 즐거움은 무었인가?
영광도 상처도
세월 아래서 삭아
마침내 지혜의 결이 된다 (悳)

(to 김 ㄱ 웅)

(to 이 ㅈ 도)
송해길에서
종로3가 작은 골목
전철역 바람에 실려오는
그의 목소리 아직 남아 있다
피난길 눈물 젖은 날들
노래로 말리고 웃음으로 일으켜
일요일 낮이면 전국노래자랑 무대
초등학생 떨림과
어르신 눈물 사이 오가며
따뜻한 용기를 건네던 사람
95년을 꽉 채워
"참 잘 살다 가셨습니다"
5번 출구 계단 힘들게 올라오면
키높이만한 작은 동상
화려한 금빛 거대한 돌기둥은 없지만
나랏님 열세분도 남기지 못한
도로 이름의 영광이
작은 동상 곁에 고요히 서 있다
이 땅에서 가장 멋지게 살다 간 남자
지나가는 노인들
잠시 걸음 멈추고
조용히 눈인사 올린다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 (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