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에서
강변 버드나무 연두색 짙고
잠자는 강물 위에 그림자 드리운다
언제나 말 없는 한강
유독 추웠던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의 함성
청계광장 눈 녹은 물
모두 받아들여
서해로 흘러간다
근심 많은 나그네
찻집에 앉아 커피잔 앞에 놓고
강건너 바라본다
누가 산천 의구라 말했나
왼편에는 새로 생긴 산이 둘
오른편에는 산 보다 높은 사람 사는 집
강변 큰길은 자동차로 넘쳐난다
잠시 눈을 감고
겸재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나룻터에 내린 나그네
버드나무 숲을 지나 언덕길을 오른다
돌계단 끝나고 마을에 들어서자
기와집 문 앞에 개짖는소리
아랫 마을 닭 울음리 들린다
눈을 들어
선유봉 꼭대기 올려다보니
소나무 청청하다
한강물 백년을 더 흐르고 흘러
선유도 찾는 나그네에게 당부한다
강가 버드나무 푸르고
한강물 맑고
사람들 밝은 표정으로 넘쳐나는지
그림으로 남겨주기를.
*한중위님이 내 선유도 그림과 글을 받아보고
마곡사 여행중이라며
마곡사에서 찍은 사진과 마곡사 연시를 보내왔다.
마곡사1
켜켜히 쌓인 먼지
폐부에서 털어내고
찌든 눈꺼플
푸른 내로 씻어내며
가벼운 걸음 붙들어 앉히고
쓰잘데기없는 입 닫아 걸고
금빛 부처처럼
천년쯤 앉아도 보고
만년쯤 예서 노닐었으면
마곡사2
밑 집에 비로자나 부처님
윗 집에 석가모니 부처님
아미타 부처님
미륵 부처님
어느 부처가 끗발이 쎄냐니께
기도보는 보살님
깔깔대며 똑같다네
모습이 다른데 같다고요
많을 수록 좋아 좋아
네 분이나 모셨을까?
아이디어
변기 옆에 앉은 파리
쳐다보는게 밉살 맞아
다가가 물총 쏘듯
쫓아봐도 요지가 부동
힘이 빠진 물총이라
조롱하듯 눈총을 쏘네
기다려라 젊은 애들
물대포로 떨구고 말리
...............................................
*한중위님의 글을 받아 읽고 내가 답시로 마곡사3를 보냈다
80년대 중반 공주 마곡사에 갔었다.
절간과 멀리 떨어진 언덕위에 기와를 얹은 커다란 화장실이 있었다.
판자를 깐 마루바닥에 구멍둟린 변기
낙하물을 받는 공간은 변기에서 족히 3미터 아래였다.
일을 마친 후에 옆에 쌓인 낙엽 더미에서 한 웅큼 집어 변기 구멍으로 집어 던진다.
내가 본 최고의 자연 친화적 화장실이었다.
지금까지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마곡사3
마곡사에 가면
절집만 보지말고
해우소에도 들려보시라
자유낙하 실험 후에
낙엽 한 웅큼 집어던진다
흔적 지우고 나오며
헛기침 크게하는
시원함을 맛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