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엽서화

싸우나에서

Sam1212 2026. 1. 29. 17:52

 

싸우나에서

 

호수도 강물도 꽁꽁 얼고

찬바람에 창문이 덜덜 울고 있다

나는 이웃 동네 싸우나로

피난을 떠난다

 

오랜만에 들어온 목욕탕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자

열달 간 살았던 엄마 자궁 속 그 기분

열탕 속에 눈 감은 대머리 영감 

천장을 향해 세월을  중얼거리고

맥반석 열기 속 배불뚝이 중년 사내

시간을 끌어 안고 앉아 있다 

 

일제 때 처음 대중 목욕탕 간 할머니

벌거벗은 일본 아줌마

검은 고양이를 안은 줄 알았다며

손자에게 웃음을 주셨지

60년대 막내 고모

동네 목욕탕  2시간 버티고

얼굴 벌겋게 데워 집에 오고

90년대 서울에 싸우나 넘쳐나던 시절

등짝에 용 문신 조폭 가끔 마주하고

월급쟁이들도 싸우나 미팅도 많았다

 

오늘 온탕 쑥탕 열탕 한 바퀴

몸과 마음을 녹이고

열달 머문 옛 기억 찾아가

감사의 기도를 띄운다. (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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