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우나에서
호수도 강물도 꽁꽁 얼고
찬바람에 창문이 덜덜 울고 있다
나는 이웃 동네 싸우나로
피난을 떠난다
오랜만에 들어온 목욕탕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자
열달 간 살았던 엄마 자궁 속 그 기분
열탕 속에 눈 감은 대머리 영감
천장을 향해 세월을 중얼거리고
맥반석 열기 속 배불뚝이 중년 사내
시간을 끌어 안고 앉아 있다
일제 때 처음 대중 목욕탕 간 할머니
벌거벗은 일본 아줌마
검은 고양이를 안은 줄 알았다며
손자에게 웃음을 주셨지
60년대 막내 고모
동네 목욕탕 2시간 버티고
얼굴 벌겋게 데워 집에 오고
90년대 서울에 싸우나 넘쳐나던 시절
등짝에 용 문신 조폭 가끔 마주하고
월급쟁이들도 싸우나 미팅도 많았다
오늘 온탕 쑥탕 열탕 한 바퀴
몸과 마음을 녹이고
열달 머문 옛 기억 찾아가
감사의 기도를 띄운다. (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