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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

Sam1212 2012. 3. 1. 13:24

 

개똥        (한중섭)

 

중산마을 구단지 구오동 보도브럭 위에는

아마도 왜소한

개 주민이 싸노은

쥐어짜듯 힘들여 싸노은

몇 덩이의 작은 개똥

조약돌같이 흙덩이같이

갠지스강가의 여윈 시체같이

해가지고 달이떠도 꼼짝을 못하고

자리 지키는 개똥 개똥

세월의 무게를 견딜까

오뉴월의 뙤약을 견딜까

여드름 더덕난 청년의

무지한 신발 바닥을 견딜까

투탕카맨의 미라처럼

황금빛 누런 옛날을 꿈꾸고

강시의 파리한 혈색으로 뒹굴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찮게 떠도는 먼지로

변하리라

어느 매화꽃 봉오리트고

바람 싱숭한 봄날

개똥의 분신들은

바람에실려 봄바람에 실려

전설의 밤바다같은

아가씨의 머리결을 휘돌아

복숭아빛 뺨에

안착해서는

개똥 개똥하며

치기어린 젊은이의

눈속으로 빨려들리

어느 비바람불어 그렇고

그런날

기분 심드렁한 노처녀의

입가로 튄 빛물에 요행이끼어

개똥 개똥하며

노처녀의 그래도 뜨거운

입술을 맛보리라

그리곤 그리곤

어느 한 놈 거들떠도 안보는 세상

개똥같은 세상하는 푸념을 듣는다

또 어느 바람차고 매서운 겨울날

온기없는 방바닥 만큼

시린 가슴의 늙은 가장이

삶의 무게를 쐬주로 잊을까하여

포장마차를 탓는데

쏘주는 쓰고 추억은 허망해

말소리도

차소리도

전등불도 둔탁해질 무렵

뜨거운 오뎅 서린김에

실려

곤한 늙은 가장의 코로

들어가서는

개똥 깨똥 개똥같은세상

개똥같은 인생

개똥같은 삶하는

푸념을 듣게된다

개똥이 도처에 널려있는 세상

개똥같은 세상

개가족님들 개똥좀 개똥좀

개똥좀

 

* 어제 한 시인이 다시 한 편을 핸드폰으로 보내왔다.

내가 시인이라 칭하면 한사코 거부한다.

개똥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세상이다.

개똥의 분말과 떨름한 악취가 숨쉴때마다

목구멍으로 코구멍으로 귀구멍으로 눈구멍으로

빨려들어온다.

똥밭에서도 얼음골짝에서도 매화꽃은 피어난다

개똥 냄새 속에서 매화향을 찾아

오늘도 코를 벌룸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