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오늘의 생각

누가 삼성에 돌을 던지는가.

Sam1212 2018. 8. 11. 22:16

 

삼성에 돌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얼마 전 한 유명 정치인이 삼성이 60조원을 벌기 위해서는 1,2,3차 협력 업체를 쥐어짜고 쥐어짜야 한다. 그것이 오늘 의 세계1위 삼성을 만든 것이다라고 삼성을 비하하는 말을 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삼성을 비판하고 사회에 고발하는 일들은 내가 삼성에 입사하기 전부터 있어왔고 몸담고 있을 때에도 수 없이 들어왔다. 당시 들었던 비판의 이야기들을 더듬어본다. 70년대에는 주로  삼성은 소비재 산업에만 진출해 돈을 벌고 있다가 큰 흐름이었다. 해방 후 제일제당 제일모직 같은 소비재 기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비하하는 말이었다. 왜 처음부터 자동차나 전자산업 같은 첨단 산업을 시작하지 못했느냐고 나무라는 말이다.

용인 자연 농원(에버랜드)을 개장하자 다시 한 번 엄청난 여론 비판에 휩싸였다. “기업의 땅 투기이며 자연 훼손과 환경 오염이 우려 된다. 대기업이 어린애들 코 묻은 돈까지 빼앗아가려 한다.” 특정 신문이 연재로 고발 프로를 내보내 정부도 매스컴으로부터 저런 강도의 비판을 받았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란 말을 듣기도 했다.

이후 전자를 비롯한 중화학 업종의 기업들이 출범하였다. 삼성전자가 국내시장에 먼저 자리잡은 금성사를 추격해가자 삼성은 꼭 앞사람이 다리를 안전하게 건너가는 것을 바라보고 뒤 따라 건너가는 나쁜 습관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다른 종류의 비판과 고발은 정치권력과 접촉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비리의 폭로 사건이다.

 

이 모든 삼성에 대한 비판과 고발을 크게 구분해보면  대부분 앞서가는 자에 대한 시기심이 근원인 비합리적 비판들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권력과 접점에서 발생하는 비리와 부조리다.

 

우선 비합리적 비판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자.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역할을 자의적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들이 보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제일 먼저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며 결과로 이익을 창출하여 종업원과 주주에게 충분한 보상과 이익 제공하고 국가에 정해진 세금을 납부하면 일차적 역할을 다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법적 윤리적 책임이  뒤따른다. 이 처럼 기업을 둘러산 이해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다한 후에 공존하는 사회에 대해 사회적 자선이란 공헌까지 한다면 더할나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기업과 기업인이 비판 받아야 할 일이 있다면 역으로 불량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소비자와 고객들로부터 환영 받지 못하고 경영 부실로 파산하거나 적자를 내 종업원이나 주주에게 보상과 이익을 주지 못하고 정부에 세금이란 공헌을 못했을 때 사회에 큰 죄악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못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비판하거나 질책해야 합리적이고 정당하다. 기업의 책임에 더하여 기업가(사주)의 개인적 캐릭터를 문제 삼거나 기업에 자선을 강제하거나 경제성 없는 애국주의를 강요하는 일은 과하고 잘못된 일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기업과 정치 권력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부조리와 비리다. 이 부분은 삼성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조리 유형이다. 나는 이 부분을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다. 부정의 두 주체를 공범으로 보기보다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정권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시장이란 전장에서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승리를 거두어야 생존한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 해 규모를 키우며 대를 이어 영속적으로 존재하려는 욕망은 인간의 생존과 종족 보전 욕구와 동일하다. 기업이 시장이란 정글 속 투쟁에서 승리해 자기 분야 최상위에 올랐더라도 외부의 숨은 포식자를 만나면 치명상을 입거나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마치 세렌게티 평원에서 배불리 풀을 뜯던 누우가 경계를 소홀이해 풀숲에 숨어있던 사자에게 목숨을 잃는 상황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에서 이 숨은 포식자가 정치 권력이다. 우리 기업들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런 상황을 여러 번 목격하였다. 기업들은 경험을 통해 권력이란 포식자에 대비한다. 이들은 당연히 최고의 지략과 자원을 투자하는데 익숙하고 진화되어왔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나라들 중에서 이런 기업의 생태계 상황은 OECD 선진국 중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기업의 생태계 현실은 아직 아프리카나 중남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부분이 존재하나, 북유럽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기업이 정치 권력이란 포식자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법이란 올가미를 항상 허리에 차고 다니기 때문이다.  

 

몇 일 전 동기생들과 함께 삼성 입사 40주년 추억 여행을 용인으로 다녀왔다 .당시 모든 신입 사원들이 용인 자연농원(에버랜드) 안에 있는 삼성 연수원에서 1개월간 신입사원 합숙교육을 받았다. 용인 연수원(삼성생명 연수원)은 삼성과 처음 대면한 장소이고 여러 가지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다.  우리가 교육받았던 연수원은 당시엔 기업이 소유한 최신의 대형 교육 시설 이었다. 지금은 폐관 되고 다른 시설로 용도 변경 중이다.

 

함께 교육을 받은 150여명의 동기생들은 10여개의 개별 기업에 배치되어 젊음을 불태우고 지금은 모두 퇴사하고 초로의 모습으로 변했다. 삼성에서 5년이 안되 퇴직한 사람, 30년이 훨씬 넘도록 오래 다닌 사람, 근무 기간과 근무 당시 직급이 모두 다르다. 그러나 회사에 대한 애정은 한결 같았다. 모두들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에 회사와 국가의 성장에 일조를 했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삼성인들의  애사심과 자긍심 그리고 정체성은 신입사원 연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삼성에서 교육 받은 사람들이 시간이 오래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하나 있다. 한자로 쓰여진 삼성의 기업이념인 '事業報國' '人材第一' '合理追求'다. 신입 사원 연수에서 처음 마주하는 경영 이념은 회사에 배치되어서도 자주 마주친다. 주요 사무실 중앙에는 항상 사훈과 함께 걸려 있었다. 오늘의 삼성인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데 이 '기업이념' 정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밖에서 통상 관리의 삼성이란 말로 삼성의 탁월한 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이런 부분이 어디서 시작되고 전승되어 가는지 밖에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 보인다. 내가 조직 내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몇 가지 나열해본다.

 

한국 사회에서 모두가 잘 알고 있으면서 고쳐지지 않고 남아 있는 폐습 하나를 꼽으라면 패거리 문화를 꼽고 싶다. 사회 전반에 걸쳐 너무나 광범위하고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 어느 집단에서나 친소 관계와 동질감에 따라 편이 갈리는 일은 당연하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의 소위 '혈연' '지연' '학연'에 따른 패거리 문화의 적폐는 유독 심하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조직이 생산성과 공정성이 높은가 낮은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 패거리 문화에서 자유로운가를 점검해보면 된다.

 

내가 경험한 삼성의 가장 자랑스런 조직문화는 사내에 패거리 문화를 발붙이지 못하게 인사의 원칙을 지켜오는데 있다고 본다. 이는 경영이념 인재 제일정신과 맥을 같이한다. 기업에서 아무리 똑똑한 인재를 선발해 훈련을 시키고 좋은 대우를 해주어도 조직 내에 이 패거리 문화가 존재하면 그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간 관계의 갈등으로 생산성은 떨어지고 부조리와 비리가 발생한다.

내가 다른 조직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사례를 보면 로얄 패밀리라 부르는 오너 일족과의 친분 관계, 출신대학교의 회사 내 연줄, 심지어 출신 고등학교의 연줄, 출신 지역의 연고, 정관계 후견인사의 영향력에 따라 인사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현실이다. 삼성이 이런 부조리와 엄정한 단절을 이룬 것은 선대 이병철 회장의 확고한 경영철학의 실천이 주요했고 그 정신이 후대까지 변함없이 이어져오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나는 삼성에 특출한 인재들이 선발되어 들어온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 입사 동기생 명단의 70여명을 출신 학교 별로 많이 입사한 학교를 살펴보았다. 서울대 성균관대 영남대 순이다. 전국 모든 대학들이 균등하게 분포 되어있다. 삼성에 신입사원 공채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 동등한 출발선상에서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며 경쟁하며 성장해간다. 승진 과정에서 업무 능력과 실적 외에 다른 정실이 끼어들지 않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동기생들 중 가장 먼저 임원이 되고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동기생은 모두 지방대학 출신이었다.

 

두 번째로 삼성의 자랑할만한 기업 문화를 꼽으라면 조직의 청렴성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인사의 투명성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청렴도의 기준은 결국 돈과 연관된 부정 행위다. 금품 수수와 같은 부정행위는 대내적인 부분과 대외적인 부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조직 내부의 부정 행위는 주로 인사와 관련되어 발생한다. 투명 인사로 위험 공간이 해소되었다 볼 수 있다  조직의 분위기와 관행이 많은 영향을 준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다. 내 경험으로 나와 함께 했던 상사들은 이런 부문에서 한치의 빈틈이 없었다. 이런 공사 구분이 확실한 근무 환경은 회사에서 업무 추진 시 발생하는 비용과 조직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한 예산 지원이 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대외적인 문제는 요즘 한창 입에 오르내리는 갑질이란 문화다. 회사의 우월적 지위에서 하청업체나 거래처로부터 회사의 일방적 이익을 우선한다든지 금품을 수수하거나 이권을 챙기는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부분이 부정 발생 위험성이 가장 높은 공간이다. 회사에 충성도가 높고 업무능력이 뛰어나 촉망 받는 삼성맨도 가끔 이 영역에서 일탈행위가 발생하곤 한다. 이 영역을 커버하는 시스템이 감사의 역할이다. 삼성에 10년 정도 근무하면 2,3번의 감사를 경험한다. 사내 감사와 그룹 비서실 감사가 있다. 비서실 감사는 그 치밀하고 정교함이 지나쳐 피 감자는 혹독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존심 강한 이는 참기 어려운 모멸감으로 감사요원과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외부의 입김이나 영향력에 구애됨 없이 원칙하에 이루어지는 감사는 대한민국에서 삼성의 감사 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마지막으로 삼성맨의 정체성을 만드는데 큰 영향을 준 부분인 사내 교육제도다. 신입 사원부터 시작하여 임원까지 단계별로 체계화된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다 .각 직급 직책 별로 다양하게 마련된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만 상위 직급으로 올라가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현업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교양을 습득하지만 교육 기간 합숙 과정에서 이 업종의 근무하는 교육생들과 정보도 교환하고 삼성인의 동질감을 만들어나가는데 큰 역할을 한다. 사원 시절 어떤 달은 근무 일수 보다 교육 일수가 더 많아 월급 받는 게 미안해 했던 기억도 있다.

 

이번 동기생들과 함께한 추억여행 프로에 에버랜드 유희시설 탐방이 있었다. 모두들 옛날 용인 자연농원의 변화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2,30년전에 와보고 처음 온 동기생들도 많았다. 달라진 규모와 새로운 시설에 찬사를 보냈다.

 

내가 유희시설 탐방에서 큰 감동과 삼성의 자긍심을 가진 것은 현대식 시설과 규모의 변화가 아니다. 사파리 안내를 맡은 2명의 직원이었다. 여사원이 초식동물 사파리 코스를 담당했고, 맹수 사파리는 남자 직원이 운전을 담당하며 맡았다. 20분 정도의 설명을 맡은 직원의 업무 수행 능력과 자세가 내 보기에 완벽하였다.  두 담당 사원은 요즘 잘나가는 IT회사도 아니고 사내의 관리 부서 직원도 아니고 매니저 직급도 아니다. 고객과 접점에 근무하는 현장 담당자다.  내가 바라본 그들은 자신의 역할에 자신감과 직업적 충만감이 넘쳐 보였다. 그들의 표정을 읽으며 까마득한 후배들의 일하는 모습에서 모처럼 삼성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젊은 여직원이 상냥하게 말도 잘하며 아는 것도 많다고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갈 수 도 있다. 그러나 내가 바라본 그들의 그런 업무 수행 뒤에는 엄청난 노력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손길이 숨어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사파리를 담당하는 간부는 일본과 미국의 유명 테마파크를 방문해 안내 프로그램을 입수하고 분석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보다 더 완벽하고 높은 수준의 고객 만족 프로그램을 목표로 기획했을 것이다. 담당 여사원이 보여준 미소와 작은 손동작  하나까지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 시켜 완벽한 동작과 자연스런 모습이 나올 때까지 연습을 했으리라본다. 사원 별로 롤 플레이 컨테스트를 거쳐 통과된 직원들만이 고객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으리라 생각되었다.

 

우리는 일등한 선수의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간과할 때가 많다. 어떤 이는 사소한 결함과 실수만을 지적하며 정상에 선 사람이 성취한 결과를 깎아 내리는 데 익숙해져 있는 사람도 있다.

 

기업이 국내에서 일등 하기도 힘들지만 세계 무대에 나가 일등의 자리에 오르기는 정말 힘들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나가 선진 대국과 경쟁에서 승리해 일등의 자리에 올랐다면 당연히 박수를 보내야 한다.

기업의 세계를 전장에 비교해본다. 우리의 을지문덕 장군이 징기스칸 대군을 맞아 요동 벌판 전투에서 대승하고, 계백장군이 유럽에 원정 나가 나폴레옹 대군을 박살내고, 김유신장군이 일본에 출정하여 오사카성을 함락하고 귀국했다고 가상해보자. 그들에게 무리한 전략의 강행으로 휘하 장수들을 힘들게 만들고 병사들을 희생하고 혹사시켜 얻어낸 결과라고 비난의 화살을 날릴 수 있겠는가?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삼성에 근무했다는 작은 우월감에 리노이 존스가 지적한 현대인의 노예 근성의 트랩에 빠져있는지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분명히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되고 잘못된 비방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에 돌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직원이 에버랜드 사파리의 여사원보다 더 업무수행에 완벽하고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세계 일등이 되려고 노력하는지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용인 추억여행을 다녀와서 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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