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뒤틀린 돌계단 오르면
화려했던 누각 자리
초석 네 개만 남아 있다
말라버린 연못 속엔
낙엽 덮여있고
그림자 모여들어 손잡고 춤을춘다
늦가을 석양에 찾아온 나그네
조용히 눈감고 귀기울인다
연못 앞 느티나무
땡볕에 울어대던 매미소리
달밤 동창가 앉아
선비 책 읽는 소리
누각 처마 넘어로 울려퍼진
가야금 소리
창문 닫고 불빛 죽이고 모여앉아
울분토하던 소리
언덕 위 소나무 스쳐가던 바람
모든 소리 쓸어가 벼렸다
나그네 바람 붙잡고 전한다
지구 한 바퀴 돌아와 200년 후
이끼낀 초석 다시 만나면
백석동천 넘어 모여있던
탐욕스런 무리들
큰일 낼 뻔 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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