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둑방 산책길
성내천 둑방 산책길
노란 금계국 활짝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한다
나무 가지 위 까치 한 마리
헐덕이며 따라오는 강아지에게
큰 소리로 아침 인사 건넨다
하지(夏至)를 맞은 아침 해
이른 새벽에 떠올라
긴 그림자를 선물한다.
(2021.6. 21 悳 )

산딸기
둑방길 가시덤불 속
붉은 유혹
탱글 탱글 붉은 알갱이
입에 넣으면
까칠한 촉감
새콤달콤한 맛
오늘도
그 유혹에 넘어갔다.
(2021. 6.21)
성내천 둑방 산책길에서 가시덤풀 속에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만났다.
한 해의 반이 지나가는 6월 말이 되면 만나게되는 유혹의 야생 열매.
산딸기를 만날 때마다 옛 추억이 되살아 난다.
청춘 시절 GOP에서 군 생활을 할 때 두 번이나 산딸기 유혹에 넘어간 적이 있다.
유혹1
초소에 팔각정 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필요한 나무를 DMZ에 들어가 베어가지고 나오기로 결정했다.
초소 앞은 적 전차 접근로다. 표준형 지뢰지대(대전차지뢰 1발 옆에 대인지뢰 3발씩 매설))가 넓게 매설되 있다. 정작 위험한 곳은 미확인 지뢰지대다. 큰 나무들이 무성한 산 언덕에 접근하려면 미확인 지뢰지대 300m 정도를 통과해야 한다. 9명의 대원을 인솔해 미확인 지뢰지대에 들어갔다. 맨 앞에 선 대원이 지뢰덧신(두꺼운 철판 밑창을 댄 군화)을 신고 지뢰탐지기로 통로를 개척하며 앞으로나갔다. 지뢰 탐지병 뒤에 일렬 종대로 삽으로 앞 사람이 밟았던 발 자욱을 파내며 조심스럽게 전진해 목표한 산 언덕에 다다랐다.
이때 아카시아 숲 속에 산딸기 밭이 펼쳐진 광경이 나타났다. 빨갛게 잘익은 산딸기가 대원들을 유혹했다. 모두들 긴장감이 한 순간에 풀리고 철모를 벗어 딸기를 따 담기 시작했다. 사실 사고가 없었으니 다행이지 위험한 순간이었다. 벌목 작전을 무사히 마쳤고 덤으로 산딸기도 5kg 넘게 따가지고 복귀했다.
그해 6월 여름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벙커 위에 멋진 팔각정을 세웠다. 산딸기는 술을 담가 초소를 방문한 동기생에게 내보여 부러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소대 전우회 대원들과 함께 옛 부대를 찾았었다. DMZ 내에 우리가 긴장하며 통과 했던 미확인 지뢰지대에 금강산 가는 길이 잘 뚫려있다. 도로 개설 공사에 투입되었던 건설장비 포크레인이 지뢰 폭발로 파괴되어 방치된 상태로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유혹2
다음해 6월 말에 까치봉 산 위에서 전역을 명받았다. 정들었던 대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보급로라 부르는 비포장 군용 도로를 따라 산길 3km 정도를 걸어 대대 본부까지 혼자서 걸어 내려가야 했다. 정들었던 우리 초소의 모습이 산 넘어로 사라져 버리고 인접 초소가 위치한 고황봉 가파른 비탈길을 지날 때 였다. 보급로 옆 풀숲에 산딸기가 보였다.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였다. 이번에도 딸기의 유혹에 넘어갔다. 그해 6월의 마지막 날에 산딸기를 입에 넣었을 때 그 까칠했던 촉감과 새콤달콤한 맛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