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이종희)
오이도
해변 끝 붉은 등대 하나
방파제 따라 늘어선 횟집들
흙빛 갯벌 위에
닻 내린 고깃배 한 척
물들어오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가장 먼 길은
멈춤의 자리에서 시작되고
움직이지 않음은
바다보다 깊은 흐름이 된다 (悳)
(To: 김용호)
몸값 자랑
오이도 활어시장 수조 속에
소리없는 자존심이 넘실댄다
광어가 외쳐댄다
"난 자연산이야 자연산
쫀득한 식감이 제일이지"
도다리가 웃으며 말한다
"봄철엔 역시 도다리 아이가
담백한 그 맛"
갑오징어 끼어든다
"달콤한 식감에 먹물까지
회중의회는 나야"
소라가 껍질을 두드리며
"씹을수록 고소한 게 진짜회지 나처럼"
해삼이 몸을 비틀며 조용히 말한다
"진정한 미식은 바다를 아는 마음이지" (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