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판에서
세상 밖은 시끄럽고 혼란했으나
농부들은 땀을 쏟았고
땅속에서도 제 할일 다했다.
다랑이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었고
텃밭엔 배추가 알차게 속을 키웠다
덩쿨 뿌리 마다 고구마 탐스럽게 달렸고
베어 놓은 참깨 들깨단들 농부의 손을 기다리고있다.
오 하나님
농부들을 도우사
태풍 비바람 없게 하시고
추수 마칠 때까지 청명하게 하소서.
호박/ 한중섭
억척스럽게
구렝이처럼 담벼락과
지붕위를 기어 덮으며
아줌마 얼굴 닮은
풍성한 꽃 피우더니
소담그런 방뎅이 호박을
주렁주렁 맺어 놓았네
그의 손이 가야
먹거리 입을거리가 되는
식솔 많은 집
안주인 만 같은 호박이여
떡이 되고 엿이 되고 죽이 되어
배고픈 이 멕이리
못난 자손이라도
끊잖고 이어줄 요량이더냐
허기진이 배채워 줄
자비행의 염원이더냐
거르잖고 해마다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연유가
콧구멍 다리
친구 해영이 다리를 건너며 콧구명다리라 부른다 말해줬다.누군가 참 이름을 잘 지었다 ,
구멍 뚤린 모습이 콧구멍 처럼 보인다. 멀티 콧구멍.
우리 어릴적에는 개울을 건너 마을 을 들어가는 길에 커다란 씨멘트 원통을 연결하여 만든 다리들이 많았다.
지금은 저런 다리도 구경하기가 쉽지않다.
냇가에서
냇물은 흘러간다
언제부터인지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도 계속 흐를 것이다
돌맹이는 안다
처음 냇가에 나왔을 때 거칠었던 모습
이젠 모두 둥글둥글 동글납작
더 닳아져야 한다
모래알이 될 때까지
사라져 버릴 때까지
* 함께한 사람: 진선 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