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엽서화

물맑음 수목원

Sam1212 2017. 11. 3. 18:00



나무의 말/ 정채봉


소녀가 나무에게 물었다

"사랑에 대해서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들려다오"

나무가 말했다

"꽃 피는  봄을 보았겠지?"

"그럼"

"잎 지는 가을도 보았겠지?"

"그럼"

"나목으로 기도하는 겨울도 보았겠지?"

"그럼'

나무가 먼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사랑에 대한 나의 대답도 끝났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한중섭


해마다 돌아온다해도

희미해질 기억 속에 쌓인다해도

다시는 못 돌아올 이밤

시월의 마지막 밤


어제도 그제도

변함없는 주변을

떠나버릴 사람처럼 둘러본다

전등 불빛 흰벽에 갇혀

무감각의 망막으로 비쳐들고

정리될 수 없는 상념은

잔인한 허무 주변을

파도처럼 일렁인다

이유와 핑게 거리도 상실한

젊은 객기와

떠나 보내며 등을 보인

비겁한 배신이 슬픈

무릎 시린 이 계절

시월의 마지막 밤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을 꼽아보며

흘러버릴 것들에서

마음을 거둬 들이고 싶다

낙엽지면 머잖아

새잎 돋아난다해도

얼킨 매듭속으로

또다시 들어가야만 할 것인가


시월의 마지막 밤

커피도 맛을 잃다.


* 일산에 사시는 한중위님이 내 엽서를 받아보고 답신으로 시 한 편을 보내왔다.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데서/ 찬송가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데서 

맑은 가락이 울려나네

하늘 곡조가 언제나 흘러나와 

내 영혼을 고이싸네


내 맘속에 솓아난 이 평화는

깊이 묻히인 보배로다

나의 보화를 캐내어 가져갈자

그 아무도 없으리라


내 영혼에 평화가 넘쳐남은

주의 큰 복을 받음이로다

내가 주야로 주님과 함께있어

내 영혼이 편히 쉬네


이 땅위에 편한 길 가는 동안 

참된 평화가 어디있나

우리 모두 다 예수를 친구 삼아

참 평화를 누리겠네


평화 평화로다

하늘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내 영혼을 덮으소서.











살풀이춤


   흰소복 여인 어둠을 흔든다

북채 소리에 가냘픈 어깨 들썩

적막이 깨져나간다

대금 소리 끊어질듯 이어지고

혼령들  스믈스믈 몰려든다 


장고 소리 점점 빨라지고

 치마 속을 나온 버선발 춤을춘다

 흰 손수건 어둠을 향해 내던지니

혼령들도 일어나 춤을 춘다


 조용히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울음소리

나도 함께 춤을 춘다

혼령들이 소매를 끌어당긴다

안되 난 돌아가고싶어


 높은 단상 위에 밝은 빛

 앉아계신 그분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머리들어 올려다 본다

미소지으시는지 

노여운 모습인지

눈이 부셔 잘 보이지 않는다




*10월 28일  예술의 전당에서 한국무용 살풀이춤 공연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울렁이고 머리가 멍한 상태로 어둠 속에서시간여행을 하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림 > 엽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천(숭의전, 재인폭포)  (0) 2017.11.23
내장산의 가을  (0) 2017.11.14
교동도(강화)  (0) 2017.10.26
남한강(양평,퇴촌)  (0) 2017.10.23
한강(강둑 위에서)  (0) 2017.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