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행/정희성(1945~)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살이야 열아홉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 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단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 사업 차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나가 있는 친구 정근창이
12월의 첫 눈을 기다리며 위 시를 보내왔다.
친구들과 첫 눈 내린 청계산을 찾았으나 눈은 다 녹아 빙판길이되고 계곡엔 살얼음이 얼어 있었다.
까치 집
청계산 등산로 입구
상수리나무 꼭대기
까치집 네 채
까치들 모두 나드리 나가고
하늘 향해 문 활짝 열렸다
찬바람 들어와도 좋고
눈 비 좀 들어와도 괜찮다
언제든지 돌아와 쉴 곳 있다는게
얼마나 마음 편한 지
밤나무 가지에 앉은 까치
나에게 물어온다
너는
이 소풍 끝내고 돌아가
편히 쉴 곳을 마련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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