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기다리며
모래밭에 찍힌 두 줄 발자욱
얼마나 걸어왔나
얼마를 더 가야하나
이따금 가까워지고 또 멀어지고
그날이 오면 한 줄 될까
형은 우측 길로
동생은 좌측 길로
3대 째 따로 걸어왔네
히죽이 형 뚱뚱이 동생
손잡고 함께 가자하네
그날이 오면
삼각산이 덩실덩실 춤을추고
한강물이 뒤집힌다했지
조금 더 기다리면
그날이 온다하네
농사꾼 말이라면 믿지만
뱃 속엔 욕심 꽉찬 사람들
그래도 이번은 믿어보라 하네
용감한 까마귀 한 마리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산산조각 내버리면 되는 것을
오늘도 그날 오기만 기다리네
그날이 오면/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을 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끈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르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로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당진 심훈 기념관 시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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