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한유(淸閒幽)

감상 명화 앞에 늘어선 사람들 멀리서 지긋이 바라보고 가까이 다가가 보고 카메라에 담아간다 난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유치원 손자 녀석 도화지에 장난친 그림처럼 보인다 (悳) 석수(石獸) 고향이 어딘지는 몰라 재주 좋은 석수쟁이 만나 부부로 태어났네 능침 옆에서 명당 자리 지키다 재벌집 정원에 팔려왔네 꽃밭에서 천년 금슬 기약하니 너는 복받은 돌 짐승이다 (悳)

호수 풍경 공원 산책 나섰더니 처서 지나 서늘한 바람 호숫가 벤치에 앉으니 요란스럽던 매미 소리 사라지고 풀벌레 소리 애잔하다 달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수면 위 달빛도 물속으로 숨고 화려한 도심의 열기 물속에서 아른거린다 (悳)

나팔꽃 돌아왔구나 나팔꽃 다시 찾아와 반갑다 제초기 칼날에 몸뚱이 잘려도 다시 살아왔구나 그래 바로 그거야 뿌리만은 꼭 보전하거라(悳)

발치 이곳은 지옥 체험장 이승에서 제일 무서운 곳 모니터 장착된 최고급 안락의자 다리 뻣고 등 펴고 머리 제치고 누워 두눈을 가리고 입을 벌린다 들려오는 압축공기 터지는 소리 뼈를 뚫는 드릴 소리 날카로운 금속 부딛치는 소리 뾰족한 주사 바늘 순살에 침을 쏘고 입안에 들어온 차가운 금속 묵은 뿌리 비틀고 힘을 줘도 안 뽑히려 안간힘을 쓴다 심장이 터질까 두주먹 말아쥐고 호흡을 멈춘다 들려오는 댕그랑 소리 오늘 엄마의 선물 또 하나가 사라졌다(悳)

바둑 관전기 황금색 4각 나무판 19줄 361개 교차점 인생살이 축소판 귀퉁이에서 시작 중원으로 실리와 세력 곤마와 완생 묘수 자충수 무리수 승부수 갈라치기 수상전 패걸기 끝내기 인생살이 뒤 돌아보면 축인줄 모르고 나가던 젊은시절 꽃놀이패 즐거움도 있었고 사귀생 통어복 못했지만 계가 바둑(悳)

태풍 이것은 바람이 아니다 태평양에서 태어난 괴물 역대급 대단한 놈이다 이렇게 독한 놈은 처음 본다며 모두들 혀를 내두른다 따르는 똘마니도 몰고 다닌다 벌써 여러곳을 아작내고 이땅에 상륙했다j 그 위력 앞에 모두 납작 엎드렸다 그러나 겁먹을 필요없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지금 그를 벼르고 있다 모두들 알고 있다 허무하게 사라질 이놈의 운명을 天網恢恢疏而不失

말복날 풍경 태풍 올라오고 있다는데 말복이라 복달임 정신 빠진 사람들 모여 개판세상 한탄한다 개 욕하지마라 뉴스 틀으니 개보다 못한 인간들 득실득실하다

저녁 노을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 빌딩 숲 넘어로 모습 감추고 빈자리 붉은 저녁놀이 채우고 있다 미래가 얼마 남지않은 삶 붉게 물들였던 구름 호수 속 그림자 점점 흐려져가고 둘레길 걷는 허리 구부정한 할배 발걸음 점점 느려져간다 서러워 말아라 좋은 날도 있었지 않느냐 그대들이 만들어낸 멋진 세상이다 (悳)

칸나 초록 잎사귀 활짝 펼쳐 복더위 열기 다 모아 붉은 꽃 이파리 만들어 하늘 향해 염원을 전한다 하나님 들으셨지요? 광화문 광장의 그 함성(悳) 배롱나무 꽃 덥다 더워 36도 찍혔댄다 소나기 지나가자 배롱나무 꽃망울 활짝 百日紅이 아니고 火炎花다 불꽃나무 뒤 숲 속 왕매미들 아침부터 목 쉬도록 외쳐댄다 이 여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더울 때가 좋을 때다 꽃 떨어지고 나서 후회하지 말아라 (悳)

달맞이꽃 (新井邑詞) 달하 노피곰 도다샤 멀리곰 비취오시라 저 둑방 어둠 속 너를 기다리는 노란 얼굴들 어기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드리 달하 더 노피곰 도다샤 더 멀리곰 비취오시라 망나니 칼춤 아래 숨죽이고 살아온 저 어둠 속 노란 얼굴들 풀벌레 합창에도 귀를 막고 밤이슬 맞으며 기다린 나날들 어기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