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오늘의 생각

山寺 遺憾

Sam1212 2024. 8. 8. 10:27

 

 

산사 유감(山寺 遺憾)

 

우리 문화유산 가운데 한국인의 정신문화 형성에 영향을 준 장소 하나를 선정하라면 山寺를 꼽고 싶다. 한국인은 비록 종교적으로 불자가 아니더라도 역사의 장구한 세월을 불교의 정신 문화권에서 생활해왔다. 산사는 언제나 불교문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많은 불교 국가들의 사원들이 주민의 거주지와 인접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고찰들은 특징은 대부분 유명산 깊은 계곡에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절집을 찾기 위해선 먼 산길 나들이를 해야만 한다. 산사가 심산유곡에 들어가 있어도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들과 마냥 유리되어 있지는 않다. 한국인들은  깊은 계곡 속에 자리 잡은 고찰을 방문하게 되는 많은 기회를 가진다. 학생 때에는 소풍 수학여행의 단골 방문지였고 산업화 문명화된 요즘에는 등산이나 걷기 모임의 주요 코스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산 속의 고찰을 찾아가려면 계곡 속으로 들어가 산길 1~2Km를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길 좌측 또는 우측을 내려다보면 언제나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눈을 들어 언덕을 바라보면 기괴한 모양을 한 검은 바위들이 산길 오르는 이를 내려다보고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흙길 옆으론 수 백 년 묵은 고목들이 자연스런 가로수 역할을 하며 방문객을 반긴다. 멀리 숲 사이로 절집의 검은 기와지붕이 눈에 들어올 때면 길 한 가운데 일주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돌계단을 올라 절간 마당에 들어서면 당간 지주와 커다란 돌탑이 눈에 들어오고 마당 끝 계단 위에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대웅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 명승고찰 어디를 가나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얼마나 정감 있고 아름다운 풍경인가?

 

명승 고찰에는 국가에서 지정한 문화유산이 있다. 목조 석조 건축물들이다. 국보 나 보물로 지정되고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귀중한 문화유산은 일주문을 들어서 절집과 절집 마당에 위치한다. 조상님들이 남긴 귀중한 우리 문화의 보물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사찰은 당연히 유명세를 더하고 찾아오는 관람객들도 사철 줄을 잇는다.

 

학창시절이나 젊었을 적에 찾아가본 명승 고찰을 나이 들어 다시 찾아보면서 눈에 띄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 불편함은 몸의 불편함이 아니고 마음의 불편함이다. 절집을 찾아가는 산길은 방문객이 불편함이 없도록  넓혀지고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다. 이따금 승용차가 뒤에서 다가와 길을 비켜주면 차 안 안락한 씨트에 깊숙이 앉아 절집을 찾는 이들과 눈길을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문명의 이기로 만들어낸 편안함이 만들어내는 불편함이다.

 

우리나라의 산 속 고찰이 명승고찰이 되는 이유는 절집에 들어가지 전까지 호젓한 숲길이 만들어낸다. 이 길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다. 절집을 찾는이들에게 사유의 길이며 명상의 길이다. 어떤 이는 그 길을 걸어가며 출가의 결심을 굳혔을지 모르고 어떤 이는 절집 안에 모셔진 부처님 상을 접견하고 산길을 걸어 나오며 깨달음의 환희를 맛본 이도 있을 것이다.

 

현대문명의 이기와 생활의 편리함을 멀리하거나 무시하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전통 문화를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선 조금 불편함이 있어도 참고 그 불편함을 받아들여야한다.

산 속에 위치한 고찰을 계란에 비유해본다. 절집과 경내의 건축물은 노른자이고 절집을 찾아 가는 숲길은 노른자를 둘러쌓인 흰자와 같다.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면 안 된다. 희고 맑은 흰자위가 노른자를 감싸고 있을 때 하나의 온전한 계란이 된다.

편리함을 위해 절집에 이르는 자연스런 숲길을 차량 통행이 편한 넓직한 아스팔트 도로로 포장한 일은 궁궐의 전통 창호 문에 서양식 커튼을 달은 것과 같다.

우리의 숲속의 고찰과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과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도 이런 일들이 벌어진 모습을 바라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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