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오늘의 생각

시화전

Sam1212 2022. 8. 20. 15:51

 

* 광복 77주년 예술대전

* 주최, 주관 : (사)대한미협 (주)국제문화클럽

* 기간  :2022,7.27~8.2

* 장소 :인사 아트셴터 2층

 

 

詩畵展을 마치고

주최 측에서 전시회 참가를 권유를 받았을 때 정중히 거절했다. 나는 전업 작가가 아닌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더구나 전시회에 참가하려면 그림 源畵가 있어야하는데 내기 보관하고 있는 원화는 한 장도 없다고 수차례 말했다.

 

내가 엽서화를 그리기 시작한지는 15년이 되었고 장수로는 2천장 쯤 되어 보인다.

이 일을 하면서 몇 가지 기준이랄까 원칙을 가지고 있다. 우선 내 그림으로 누군가의 일상에 행복과 기쁨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름을 Happy post(HP/행복전달 엽서)라 칭하고 보낼 때마다 일련번호를 붙이고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누구에게 전하면 반가워할까 생각해본다. 대상을 그리면서 느꼈던 감상을 시()로 표현해 본다. 엽서 그림과 글을 복사해 컴퓨터에 저장하고 수신자가 정해지면 간단한 손편지를 써서 보내드린다.

 

그림을 그리면서 나를 들어내 보이거나 내세우는 자리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그림을 그려본 사람은 안다. 그림이 완성되면 본인이 구상했던 만큼 잘 나왔을 때 큰 기쁨을 얻는다. 나처럼 취미로 그리는 사람에게는 그 만족감으로 다 보상을 받은 것이다. 더 얻으려는 욕심은 자기 자랑이고 직업인으로서 사회적 명성을 얻기 위함이다.

 

이번 전시회로 나를 들어내 보이지 않겠다는 원칙 하나가 무너졌다. 작은 그림이라도 더 많은 관람자가 보고 즐거워 할 수 있다면 전시회에 동참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보고 느끼고 배운 몇 가지를 기록해본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등 떠밀려 전시회에 참여하게된 것이다. 나의 시화 작품 20점이 내 이름으로 출품되었다. 원화가 아닌 컴퓨터에 저장되었던 그림이 판넬에 인쇄되고 블로그에 저장되어 있던 자작시도 그림 옆에 인쇄되어 대중 앞에 걸렸다. 내 이름이 전시장 벽면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걸 확인하고 긴장되었다. 일단 준비 없이 벌어진 일이나 전시장에 찾아오는 관람객에게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려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아침 11시전에 전시장에 도착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내 시화전을 감상하기 위해 부스에 들어온 관람자들을 위해 작가로서 최선을 다해 설명해드리며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몇 가지 적어본다.

 

전시장 풍경1(비효율의 공간)

전시회는 아침 10시에 개장해 오후 7시에 폐장한다. 11시전에 전시장에 도착해 보면. 개장해서 12시가 될 때까지는 관람객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전시장 밖은 숨 막히는 찜통더위 그러나 전시장엔 에어컨이 잘 작동 되 시원함이 지나쳐 으스스할 정도다. 이 넓은 공간에 한 시간 가까이 나 혼자 서서 있을 때가 몇 번 있었다.

100평이 넘어 보이는 넓은 공간에 5~60점의 작품이 벽에 걸려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 넓은 공간에 혼자서 관람객을 기다리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효율과 생산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그 심장 서울의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전시회 현상이 낯설고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관람객도 없는 이 넓은 공간에 누가 무슨 이유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전시회를 기획하고 주관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입구 탁자에 놓인 작가 소개 팜플렛에서 그 해답을 찾아냈다. 전업 작가들이 소개한 프로필 난을 보면 모두들 20~30회의 전시회 경력과 화려한 수상경력이 적혀있다. 그곳에 적혀있는 전시회와 수상 경력이 그들이 이 업계에서 자본과 능력을 결합해  쟁취한 결과물임을 알 수 있었다.

 

전시장 풍경 2 (맥문동 앞의 여인)

관람객들이 여러 명 들어와 전시 작품들을 살펴보며 사진도 찍고 옆 부스로 이동한다. 한 여성이 맥문동 그림만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자리를 뜨지 않고 서있다. 나이는 60대 정도로 보이고 차림새는 화려하지 않았다. 내가 옆으로 다가가 작가라고 인사하고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맥문동 시 귀가 자신의 삶을 옮겨 놓은 것 같아 가슴이 멍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려 한다.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도 이 업계에서 화려한 젊은 날이 있었으나 지금은 몹시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꼬리를 이어간다. 더 오래 이야기하면 정말 눈물을 흘릴 것 같아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간신히 상황을 마무리했다. 詩에 쓰인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때로는 총칼보다 강하다는 현장을 경험했다.

 

전시장 풍경 3( 왜 그림에 작가 이름이 없나요)

그림을 잘 아시는 분 같은 여성이 내 부스에 들러 전시 작품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핸드폰에 사진도 여러 장 담아서 돌아갔다. 관심을 가지고 작품  살펴보는 관람객을 뒤에서 바라볼 때마다 기분이 흡족해진다. 몇 시간이 지난 후 그 여자 분이 다시 찾아와 작가인 나에게 따져 물었다. 왜 작품에 작가 서명이 없나요. 내가 대답해드렸다. 아시다 시피 이것은 엽서그림 카피본입니다. 원본은 제가 손편지를 써서 제 지인들 에게 모두 보내고 있습니다. 엽서를 받아보는 분들은 모두 제가 그린 그림으로 당연히 알고 있지요. 그림 엽서를 보시면 HP라 쓰여 있고 넘버링이 되 있습니다. 저는 그 번호를 어느 분에게 보냈는지 기록해 놓았지요. 그림에 서명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 여성은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쭉 펴보이며 오늘 본 전시회 중 최고라고 한마디 던지고  뒤돌아 사라졌다..

 

전시장 풍경 4 (우리 동네에선 덕석이라 불렀는디)

부스에 작품을 레이아웃 할 때 작품 20점을 계절별로 분류해 관람 동선 우측 봄 풍경에서 시작해 좌측으로 이동하며 여름 겨울 순으로 전시했다. 봄여름 작품들은 주로 연두색 초록색 그림과  감성적  시화작품들이 모여 있다. 관람객들을 관찰해보니 이곳에 젊은이들과 여성이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작품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도 하나하나 읽어보고 핸드폰 카메라에 담아가는 이가 많이 눈에 띠었다. 가을 겨울 편은 건성건성 눈길을 주며 다음 부스로 건너간다.

전시장엔 이따금 나이 지긋한 분들도 들어오신다. 이런 분들이 눈길을 주면서 머무는 작품이 있다. 부스 마지막 끝나는 지점에 걸려있는 연탄과 세월이란 작품 앞이다. 작품을 들여다보며 한마디 씩 던진다. “연탄재를 다 그렸네” “우리 전라도에선 덕석이라 불렀는디주름진 얼굴 희끗한 머리의 씨니어 관람객으로  이 나라에 현대사를 기록한 분들이다. 이분들은 지금은 볼 수 없는 지난 세월의 물건을 대하며 추억을 되살리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悳)

 

 

 

****** 전시회  요약 *****

 

* 전시회 주관 일정 장소

*출품작(20점)

* 전시장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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