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엽서화

수성동 기린교

Sam1212 2024. 10. 24. 17:39

 

수성동 기린교에서

 

한양성 감싼 먹구름

인왕산  푸른 숲에 빗줄기 뿌리면 

돌 틈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

바위 벽을 치는 청량한 물소리 

 

오늘 가을비 맞으며 인왕산 올라

이끼낀 기린교 앞에서 지긋이 눈 감으니

옛풍경 눈에 선하다

 

천수경 집에 모여 시회 나온 문사들

기린교 건너 정자에 오르고

소년 겸재 노가재 선생댁으로

시화 배우러 뛰어간다

윤덕영 궐련 연기 내품으며

벽수산장 돌대문을 나선다

이상 곱추 친구 구본웅과 함께

골목길 나와 큰길 활보하고

윤동주 학생 홀로 언덕에 올라

밤하늘 별 바라보며 고향생각

 

 아침부터 가을비 내리는데

기린교 아래 물소리 간데없네 (悳)

 

 

十字架  

 

쫓아오는 햇빛인데

지금 敎會堂 꼭대기

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

 

尖塔이 저렇게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가요.

 

鐘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휫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운 사나이

幸福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十字架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이 흘리겠읍니다.

(1941,5,31  윤 동주)

ㄹㅣ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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