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uf
소멸
화려했던 날도 있었지
높다랗게 쌓올린 돌담 위에
가지런한 암기와 숫기와 행렬
봄이면 매화 향기 넘어오고
가을이면 감나무 가지 넘어갔지
허물어져 내린 돌 더미들
아직 꼭대기 버티고 선
암기와 셋 숫기와 한 장
기특하다 네 정성
이제는 너도 가야할 시간
네 주인들은 벌써 떠났다
너도 어서 가거라
이젠 꼴보기싫다
얼릉 얼릉 떠나거라.
"이 숯도 한때는 흰눈 얹힌 나무가지였겠지"
(하이쿠/타다토모)
"있음에서 없음으로 나가는 길이 너무나도 험난하기때문에
그 반대편에 없음에서 있음으로 들어오는 구멍을 뚫어주는 것'
과거의 없음 상태로를 환기시킴으로서 미래의 없음 상태를 수용하게 하는 것.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넘을 수 없는 생사의 심연을 건너가게 해주는 것 말이에요"
(극지의 詩/이성복)
"없음이 흘러갔다
얼마나 오래 흘렀는지 아무도 모른다
시간의 물길을 타고
저 강력한 강물이 흘러갔다
옛날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 어떤 시작도 목표도 없이"
(줄루족 구전 신화 '영원한 없음'중에서)
"일단 절정에 이르고 나면 사실상 상대를 인식하지 못하며
작은 죽음의 그 짧은 절정의 순간 우리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조차 잊는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이 세상을 떠나
신의 나라에 들어섯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끝나지 않은 여행/스캇펙)
정적(靜寂)
허무러진 담장 넘어로
햇살이 거침없이 들어왔다
담을 무너뜨리고
장독을 깨부순
소리없는 정적
그 정적을 마주하고
내가 서있다.
"나와 나의 작은 수채화 물감들은
시와 먼 기억들 내가 그렸던 꿈을 그린다.
나는 여전히 내가 그림에 있어서
단순한 아마추어임을 잊지 않고 있다.
나는 글을 쓸 때 펜으로 그림을 그릴 때 붓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 순간 내 마음은 따뜻해진다.
그 순간 나는 즐거움으로 견딜 수 없게된다"
(시인. 화가/헤르만 헤세)
"멋있는 것, 지적인 것, 심오한 것 찾지 마세요.
피상적이고 무의미한 것에서 그 반대방향으로 나가는게 詩에요.
사소한 일상보다 더 잔인한 건 없어요.
죄수를 발가볏겨 대나무 밭에 눞혀놓으면
나날이 커 올라오는 죽순에 찔려 서서히 죽어간다고 하지요"
(無限花序/이성복)
"조선의 역사에는 그 예술에 남모르는 쓸쓸함과 슬픔이 아로새겨
거기엔 언제나 비애(悲哀)의 미(美)가 있고,
눈물이 넘치는 쓸쓸함이 있어
이렇게 비애에찬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
모란꽃
오늘 화사한 봄날
담장 너머로 활짝 얼굴을 내민 너
모두들 너만 쳐다보는구나
화려한 네 모습 비길 자가 없지
잘났다고 너무 나대지마라
난체하고 말춤추는 꼴 보기싫다
너만큼 붉지는 못해도
좋아하는 꽃 따로 있다
벌나비는 꽃 보러 오지 않는다
은근한 향이 있어야 하고
몸 속 깊이 감추어진
달콤한 꿀을 찾아온단다.
"우리에게 두가지의 서로 다른 인간의 표본이 제시된다.
그중 하나는 천박하고 화려하게 번쩍번쩍 빛나는 반면,
다른 하나는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윤곽이 선명하고 우아하며 또 아름답다.
전자가 목적없이 헤매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당긴다면
후자는 열심히 배우고 신중하게 관찰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러셀 로버츠)
"信言不美 美言不信
진실한 말은 꾸밈이없고 꾸미는 말은 진실이 없다"
(노자)
'그림 > 엽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모산(돌탑,연탄재) (0) | 2019.06.09 |
---|---|
안동 (하회마을) (0) | 2019.05.21 |
가족 나들이(청평 북한강변) (0) | 2019.05.08 |
5월 (0) | 2019.05.05 |
강화 (연미정) (0) | 2019.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