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엽서화

무너진 담장(청양)

Sam1212 2019. 5. 13. 12:08



thauf

소멸

화려했던 날도 있었지

높다랗게 쌓올린 돌담 위에

가지런한 암기와 숫기와 행렬

봄이면 매화 향기 넘어오고

가을이면 감나무 가지 넘어갔지


허물어져 내린 돌 더미들

아직 꼭대기 버티고 선

암기와 셋  숫기와 한 장

기특하다 네 정성


이제는 너도 가야할 시간

네 주인들은 벌써 떠났다

너도 어서 가거라

이젠 꼴보기싫다

얼릉 얼릉 떠나거라.



"이 숯도 한때는 흰눈 얹힌 나무가지였겠지"

(하이쿠/타다토모)


"있음에서 없음으로 나가는 길이 너무나도 험난하기때문에

그 반대편에 없음에서 있음으로 들어오는 구멍을 뚫어주는 것'

 과거의 없음 상태로를 환기시킴으로서 미래의 없음 상태를 수용하게 하는 것.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넘을  수 없는 생사의 심연을 건너가게 해주는 것 말이에요"

(극지의 詩/이성복)


"없음이 흘러갔다

얼마나 오래 흘렀는지 아무도 모른다

시간의 물길을 타고

저 강력한 강물이 흘러갔다

옛날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 어떤 시작도 목표도 없이"

(줄루족 구전 신화 '영원한 없음'중에서)




"일단 절정에 이르고 나면 사실상 상대를 인식하지 못하며

작은 죽음의 그 짧은 절정의 순간 우리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조차 잊는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이 세상을 떠나

신의 나라에 들어섯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끝나지 않은 여행/스캇펙)




정적(靜寂)


허무러진 담장 넘어로

햇살이 거침없이 들어왔다


담을 무너뜨리고

장독을 깨부순

소리없는 정적


그 정적을 마주하고

내가 서있다.



"나와 나의 작은 수채화 물감들은

시와 먼 기억들 내가 그렸던 꿈을 그린다.

나는 여전히  내가 그림에 있어서

 단순한 아마추어임을 잊지 않고 있다.

나는 글을 쓸 때 펜으로 그림을 그릴 때 붓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 순간 내 마음은 따뜻해진다.

그 순간 나는 즐거움으로 견딜  수 없게된다"

(시인. 화가/헤르만 헤세) 


"멋있는 것, 지적인 것, 심오한 것 찾지 마세요.

 피상적이고  무의미한 것에서 그 반대방향으로 나가는게 詩에요.

사소한 일상보다 더 잔인한 건 없어요.

죄수를 발가볏겨 대나무 밭에 눞혀놓으면

나날이 커 올라오는 죽순에 찔려 서서히 죽어간다고 하지요"

(無限花序/이성복)


"조선의 역사에는 그 예술에 남모르는 쓸쓸함과 슬픔이 아로새겨

거기엔 언제나 비애(悲哀)의 미(美)가 있고,

눈물이 넘치는 쓸쓸함이 있어

이렇게 비애에찬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





모란꽃


오늘 화사한 봄날

담장 너머로 활짝 얼굴을 내민 너

모두들 너만 쳐다보는구나

화려한 네 모습 비길 자가 없지


잘났다고 너무 나대지마라

난체하고 말춤추는 꼴 보기싫다

너만큼 붉지는 못해도

 좋아하는 꽃 따로 있다


벌나비는 꽃 보러 오지 않는다

 은근한 향이 있어야 하고

몸 속 깊이 감추어진

달콤한 꿀을 찾아온단다.



"우리에게 두가지의 서로 다른 인간의 표본이 제시된다.

그중 하나는 천박하고 화려하게 번쩍번쩍 빛나는 반면,

다른 하나는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윤곽이 선명하고 우아하며 또 아름답다.

전자가 목적없이 헤매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당긴다면

후자는 열심히 배우고 신중하게 관찰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러셀 로버츠)


"信言不美  美言不信

진실한 말은 꾸밈이없고 꾸미는 말은 진실이 없다"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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