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南漢山城 위에서
丙子年 섣달은 추웠다네
炭川 넓은 들판 오랑캐 득실거리고
城堞 위 군졸들은 진눈개비 맞으며 밤을 새웠다
和親해 社稷을 보전하자
和親 주장한 자 목을쳐야한다
모두들 사직 걱정 忠臣들이네
望闕禮 올려보고
都邑 시조 溫祚 제사도 효험이 없다
성첩 위에서 軍卒이 얼어죽었고
대포알이 날아들어 성첩이 무너졌네
함경도 충청도 구원병 모두 패배하고
江島 함락 소식이 들어왔다
임금님 出城을 결심했네
袞龍袍를 벋으시고 藍染衣 갈아입고
南門으로 못나가고 西門으로 나가셨네
가파른 산길 내려와 송파벌 지날 때
오금이 저리다 말씀하셨다
三田渡에 도착 受降壇 올려보니
汗이 黃屋을 펼치고 앉아있네
세번 조아리고 아홉번 땅에 찧었다네
종사를 지켜냈다
宮으로 돌아가는 길
사로잡힌 아녀자들 임금님 바라보며
우리를 버리고 가지 말라 울부짖네
강 건너가려 임금님 배에 오를 때
서로 먼저 타려고 御衣를 잡아당겼다.
痛哭의 그날 이후
江山 바뀌기를 수백십번
올해도 성축 아래 들국화 피고
오랑캐들 진을쳤던 잠실벌판엔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루었다.
못난 조상 士農工商 후예 중에
오늘도 권세 누리는 선비님들
잔치집에가 잔치상 못 받고
저잣거리 나가서 음식 사드셨고
수행 기자 발길질 당했다하네
萬切必東 글쓴이는 그 뜻을 아는지?
수백년간 홀대받던 工商人들이었네
성축에서 얼어죽은 병사 후예
만주벌 끌려갔던 환향녀 자손
비지니스 전사 되어 오대양 육대주 누비고
큰 장사꾼도 나와 삼전도 자리에
마천루 세워 못난 조상 恨을 덜었네
용골대 마부대 살아나와서
성축 위에서 잠실벌을 바라보아라.
(2020.10.9)
"용골대로 하여금 군병을 이끌고 행차를 호위하게 하였는데,
길의 좌우를 끼고 임금님을 호위하여 갔다.
사로잡힌 자녀들이 바라보고 울부짖으며 모두 말하기를,
우리 임금님 이시여, 우리 임금님 이시여, 우리를 버리고 가십니까? 하였는데,
길을 끼고 울며 부르짓는 자가 만 명을 헤아렸다"
(인조실록 34권, 인조15년 1월 30일)
"어차피 이렇게된 거(what the hell) 효과의 맥락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도덕적 영역에서도 다이어트 할 때와
매우 유사한 행동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들이 자신이 정한 기준을 한 번 깨고나면
더이상 자기행동을 통제하려들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부정행위의 유혹에 이전보다 훨씬 쉽게 넘어간다."
(댄 앨리 얼리/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