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뒤뜰 돌 계단 오르면
따스한 햇볕 아래
큰독 작은독 우뚝우뚝
작은 단지들 올망졸망
기와 얹은 뒷담 넘어로
송화가루 날아들고
솔향 바람에 실랴오고
밤이면 달빛 쏟아진다
사랑방 남정네는 올 수 없고
여인네들만 올랐던 곳
어머니 행주치마 입고 오르내리고
할머니 정성 항아리 마다 가득
오뉴월 햇볕 아래 장 익어간다.
(2021.5.15 悳)
세월
모두 세월이 만들어낸다
추녀 밑에 매달린 슬픈 몰골들
멍석 채반 도리깨 장대
모두들 화려한 시절 있었다
내 판 위에서 햇볕 보고
출세한 이들 셀 수 없지
마나님 새색씨 고운 손길
함께 했던 화려한 날들이 그립다
내 팔에 사정없이 얻어터지고
모두들 튀어나와 새 세상 보았지
도련님 나 들러메고
밤 따고 감 따고 대추 털었다네
모두 세월이 만들어낸다
새것은 헌것으로
헌것은 다시 추억이 된다.
(2021.5.25 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