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687

대기실

14번 진찰실 오늘 결과 보는 날 전철역 내려서 걸어가는 길 목구멍에 낚시바늘 걸린 기분이다 신호등 건너편 신축 병동 밀림 숲속 고릴라 앉아있는 모습이다 에스카레이터 타고 3층으로 친절한 노란 화살 표시 간암 대장암 최장암은 좌측이란다 접수 마치니 대기실은 벌써 만원 몰골들 유령 처럼 모두 벽면 스크린 보고 있다 함께 하기 싫어 복도 서성이며 벽면 광고판 읽어본다 5년 생존율 40% 육박 융단폭격 방식 적극 활용 통증 줄이는 신경절단술 개발 창밖엔 쏟아지는 햇살 비둘기 한 마리 아스팔트 앉아 먹이를 쪼고있다 스크린 화면에 내 이름이 떳다 14번 진찰실 이동 대기 진찰실 앞 복도 의자도 만원이다 고개숙이고 핸드폰 들여다보는 젊은이 한여름 두건 쓰고 눈감고 있는 아주머니 휠체어 밀고 들어간 부부 나오면 내 ..

그림/엽서화 202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