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한유(淸閒幽)

달맞이꽃 (新井邑詞) 달하 노피곰 도다샤 멀리곰 비취오시라 저 둑방 어둠 속 너를 기다리는 노란 얼굴들 어기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드리 달하 더 노피곰 도다샤 더 멀리곰 비취오시라 망나니 칼춤 아래 숨죽이고 살아온 저 어둠 속 노란 얼굴들 풀벌레 합창에도 귀를 막고 밤이슬 맞으며 기다린 나날들 어기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悳)

참나리꽃 장맛비에 훌적 자라 꽃술을 터트렸다 꽃술 마다 매단 검은 가발 거북목에 굽은 허리 짙게 화장 뒤로 활짝 제낀 주홍 꽃잎 잎마다 검은 반점 가득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코로나 이후 3년 만이다 너 뒷머리 많이 빠졌구나 허리 좀 펴고 걸어라 주름살 많아 졌데이 얼굴에 난 점 좀 빼그라 모두 세월이 달아준 훈장이다

성주참외 여름 과일 판매대 산처럼 쌓인 노란 성주참외 서울 과일 매장 완전 점령 시장경제 무한경쟁 시대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 과일사에 기록한 성주 가문의 영광 브랜드 마케팅 성공 전략 미국산 첨단 군사장비도 함께했다

낙화 서러워 말아라 아쉬워 말아라 다 보여주었징잖니? 먾은 사랑 받았잖니? 그들에게 감사해라 감사하며 떠나가라(悳) 능소화 서럽지 않아 노여워하지 않아 내 모습 다 보여주었고 사랑도 받아

인현시장 인현시장 맛집골목 가보았는가? 골목길 차양막 머리를 맞대고 노랑 빨강 간판 손님을 부른다 이모네 영심이네 기욱이네 안동집 모두가 음식 솜씨 자랑 맛집 이집 저집 들려보았지만 수박만한 앞가슴 영심이네 여사장님 손맛 좋고 인심도 좋아 봄철 직접 뜯어 볕에 말려 손님 식탁에 올려주는 망초 무침 써비스 안주가 최고더라

쪽문 항상 열려있다 바람도 들어오고 햇볕도 들어온다 강아지가 들어오고 고양이도 들어온다 윗분 눈치 안보고 아랫것들 쉽게 들락날락 한다 사람도 마음에 쪽문 하나 열어놓아야한다

기다림 옥수수밭 넘어 비닐하우스 잡풀 욱어진 들판 모두들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는 손님은 '開發' 그분 만나면 삶이 바뀐다 땅 가지고 있든 이들 개발을 만난 사람 언제나 돈복 터졌다 들판 넘어 하늘을 찌르는 고층 아파트 미소지으며 내려다보고 있다 (悳)

청포도 그늘 아래서 꿈을 키운다 칠월 땡볕 팔월 태풍 걱정하지 않 넓은 푸른 잎새 볕 가려주고 작은 가지 포도나무에 단단히 붙어 뿌리의 기름진 수액을 받는다 은혜 아래서 알알이 익어가고 있다

접시꽃 일찍 찾아온 더위 논바닥에 물이 끓는다 논둑에 핀 접시꽃 하늘 향해 꼿꼿했던 기상 화려했던 붉은 꽃이파리 초라하게 변했다 옥수수 밭에 빗방울 떨어질 기약 없고 꽃대에 붙어있는 몇 송이 땡볕에 고개숙이고 숨을 헐덕인다 '접시꽃 당신'은 그냥 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