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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식당

밥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흰 쌀밥 한 그릇 밥은 힘이다 밥이 권력이다 쌀밥 세끼 먹으려고 강을 건넜고 왜구들은 바다를 건넜다 땀과 눈물을 흘려본 사람이 기름진 밥맛을 안다 (悳) 正午稻畓不草除 飯有何其不知貴 無米飢餓說時節 只今兒童食拉面 無苦的人不知道 一飯粒粒皆辛苦 (鄭來僑) 땡볕 논에서 김매기를 해보지 않으면 밥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쌀이 없어 배고팟던 시절 얘기하면 요즘 애들은 라면 을 먹지그랬냐 한다 고생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밥그릇 쌀 한알 한알이 다 피 땀인 것을

그림/엽서화 2023.11.10

당진

오늘이 바로 그날 바다와 들판이 보이는 소나무 언덕 위에 새 집 짓고 필경사라 이름지었네 삽과 호미 대신 펜을 잡고 농촌마을 가꾸었지 채영신과 박동혁을 앞세워 의지력과 사랑을 불어넣고 그날이 오기를 목빠지게 기다리다 서른 여섯에 떠나셨다네 오늘 영신과 동혁의 아들딸들 고속버스 타고 서울에서 당진까지 한 시간 반 상록수길 걸으며 큰 뜻 되새겨보고 삽교천 횟집에 모여 우럭매운탕 전어회에 소주 맥주 그분이 꿈에서도 그렸던 그날 오늘이 바로 그날인줄 알았네

그림/엽서화 2023.10.26

청양

국보 풍경 대한민국 최고 경관은 백두산 한라산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 가을 풍경은 금강산 설악산이 아니다 가을 하늘 아래 푸른산 푸른 산 아래 황금들판 황금들판 옆에 핀 코스모스 대한민국 국보 풍경이다 폐가 풍경 모두 도시로 떠난 농촌 마을 폐가 툇마루 구석 주인 잃은 다듬잇돌 하나 다듬이질하던 옛 마나님 산에가 누우신지도 수십년 마룻바닥에 가을 햇살 따스한데 문구멍 다 뚫린 창으로 빈 바람만 드나든다

그림/엽서화 2023.10.16

이태원

이촌동 감나무 지하철 이촌역 2번 출구 나와 국립박물관 찾아가는 길 옛 미군부대 담장 아래 철조망을 넘어서는 감나무 푸른 잎새 속 얼굴 내민 감 가을볕에 주홍색으로 익어간다 창문 용산 국립 박물관 큰 창문 활짝 열린 창 속으로 사람이 몰려오고 바람이 들어오고 경치가 펼쳐진다 누가 이런 큰 창을 내었나 남산 전경이 창 속으로 들어왔다 내가 뽑은 기네스 월드 레코드 불꽃놀이 요란한 포성과 함께 검은 하늘에 붉은 꽃 펼쳐 세상 제일 좋은 구경거리 강건너 불 구경 우리동네 진짜 불꽃 연상하면 가슴 떨려

그림/엽서화 202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