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한유(淸閒幽)

나목 춥다 춰아직 바람이 차다광화문 여의도 광장신길동 전철역 앞에도모두 벌거벗은 나무들조금만 더 기다려라기다리면  온다네 푸른 이파리 바라보며함께 멋지게 웃어보자 (悳)

덕수궁 돌담길 지하철 1번 출구 나와 대한문 돌아 정동 가는 길 아직  안 녹은 눈 빙판길모두들 발걸음 조심조심 빌딩 숲을 뚫고 들어온 햇살돌담에 커다란 스크린 펼쳐 젊은이 한쌍 기념 촬영 중벌거벗은 가로수 끼어든다 정동 전망대에서 모두다 내려다 보인다궁궐 안팎 슬픈 역사의 현장들용감한 후손들이 이뤄낸 빌딩숲멀리 북악산이 미소를 보낸다 대한문 너는 모두 보고 들었지초라했던 황제의 행차주말이면 울려퍼지는광화문의 태극기 함성 오늘 칠십 노객 전망대 올라라떼 커피 홀짝이며힘없는 제국의 황제가 마셨던커피의 쓴맛을 음미해본다 (悳)  울릉도 아줌마 이른 아침에 나와 장갑 끼고 장와 신고 앞치마 둘렀다한 다라이 옮기고 나서허리 한번 핀다나에게도 꿈이 있다큰 딸애는 꼭사모님 소리 듣게 맹길기다

강변에서 간다 간다모두가 지나간다 강물도 흘러가고전철도 강을 건너간다 세월따라너도가고 나도간다

치과 인체공학적 디자인 안락의자두다리 뻣고  눈감고  누워청신경 볼륨을 높인다 압축공기 흡입소리날카로운 금속음아~해보세요   더 더 더~ 중추신경 긴장도 높아가고난 두손을 말아쥐고신음 속에서 기도를 드린다

노점상 오늘도 아침 일찍 좌판을 펼쳤다홍시감 한 바구니 5,000원딸기 1 팩 7,000원꽁꽁 얼어붙은 날씨구경하는 이도 없다 쏘크라테스 공자님 말씀모두  머리로 만든 학문인간 세상에 나왔으면장마당에 나와 물건을 팔아봐야진짜 세상을 경험한 것이다.  (悳)

바람소리 내 어릴적  할머니귀에서 바람소리 난다 하셔할머니의 뻥이라 생각했었지 나도 귀에서 바람소리 들린지벌써 10년 넘었네종로에 나가 보청기 사서 끼었네집에 돌아오니  모두들 펄쩍 뛰네 오늘 얼어붙은 한강변에 나가 겨울 바람 소리를 들어보네멀리 철교를 넘는 전철의 굉음바람소리 안 들릴 땐이세상 사람 아니지 (悳)

산수유 모정 굽은 등줄기 거친 피부 비바람 다 견디고지켜낸 작은 열매너희도 더 나이들어봐야어미 마음 안다눈송이도 떨리는 손으로 붉은 열매 감싸안는다 (悳)

미생 대마 두 집 못내고 쫓기는 백 대마흑 마지막 공세가 무섭다중국식 포석으로 실리 확보세 귀를 선점한 흑 세력정교하지 못한 백의 포석 중원 대첩 백 승부수 두 점완착으로  판세 망쳤다아직 판을 포기할 때는 아니다좌변 흑 곤마도 아직 미생  패싸움 만들면 역전 기회온다

신년 산행 청계산 오르는 원터골 계곡음지엔 히끗히끗 잔설얼음장 밑으로 계곡물 흘러간다 새해 첫날 아침부터줄지어 산을 오르는 사람들무었을 보러 무었을 찾아 나섰나? 진달래능선 폭설에 동강난 노송봉우리 올라 서울 내려다보니잘난분들 나쁜놈들 쌈박질 하는 모습모두다 하늘 아래 풍경이구나!폭설 참변 하늘 찌를듯 뻣은 둥치허망하게 부러졌다솔방울 보다 작은 눈송이우습게 여기다 당했다조심해야한다언제나 꼼꼼히  준비해야한다아직은 튼튼한 뿌리 살아있으니새 줄기 키워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