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한유(淸閒幽)

밤 풍경 잠들지 않는 도시 밤에도 일을 한다 고층빌딩 속에서 콩크리트 아파트 안에서 불야성 속에서 움직인다 잠들지 못하는 도시

국보 풍경 대한민국 최고 경관은 백두산 한라산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 가을 풍경은 금강산 설악산이 아니다 가을 하늘 아래 푸른산 푸른 산 아래 황금들판 황금들판 옆에 핀 코스모스 대한민국 국보 풍경이다 폐가 풍경 모두 도시로 떠난 농촌 마을 폐가 툇마루 구석 주인 잃은 다듬잇돌 하나 다듬이질하던 옛 마나님 산에가 누우신지도 수십년 마룻바닥에 가을 햇살 따스한데 문구멍 다 뚫린 창으로 빈 바람만 드나든다

맨발 맨발로 걷기가 유행이다 건강에 좋댄다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걷는다 원래 맨발이었다 에덴동산 쫓겨날 때도 먠발 아프리카 사바나 떠나올 때도 맨발 맨땅 흙 밟으며 살아왔다 맨발로 걷기 원래로 돌아가는 길이다

이촌동 감나무 지하철 이촌역 2번 출구 나와 국립박물관 찾아가는 길 옛 미군부대 담장 아래 철조망을 넘어서는 감나무 푸른 잎새 속 얼굴 내민 감 가을볕에 주홍색으로 익어간다 창문 용산 국립 박물관 큰 창문 활짝 열린 창 속으로 사람이 몰려오고 바람이 들어오고 경치가 펼쳐진다 누가 이런 큰 창을 내었나 남산 전경이 창 속으로 들어왔다 내가 뽑은 기네스 월드 레코드 불꽃놀이 요란한 포성과 함께 검은 하늘에 붉은 꽃 펼쳐 세상 제일 좋은 구경거리 강건너 불 구경 우리동네 진짜 불꽃 연상하면 가슴 떨려

세종대왕 가갸거겨 고교구규그기 백성을 사랑하시어 말과글 하나되게 새로 스믈여덟자 만들어주시니 단군 자손 모두 하나되고 K컬쳐 만방에 떨치고 있습니다 오늘 어리석은 백성 여주 땅 찾아 대왕님께 큰절 올려드립니다 하햐허혀 호효후휴흐히 (悳) 가을걷이 트랙터 지나간 밭고랑 모자와 수건으로 나이를 감추고 밭에 앉은 농부들 흙속을 뒤진다 오금 저리고 허리 아파도 주워담는 이 즐거움 봄에 씨 뿌리고 땡볕에 땀흘려 본 자만이 안다 솔밭길 걸으며 세종대왕남께 큰절 올리고 효종 임금 뵈러가는 길 울창한 숲길엔 붉은 소나무 빼곡 푸른 잎사귀 뚫고 쏟아지는 햇볕 저 언덕 넘어 임금님 좀더 오래 사셔 꿈을 이루셨다면 오랑캐 수장 불러다 점심 굶겨 돌려보내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싹쓸이 언덕길 오르며 엉뚱한 생각 해본다

코스모스 길 코스모스 길을 걸으면 신작로 십리길걸으며 집에가던 기억 떠오르고 공원에서 처음 손잡았던 따뜻했던 순이 손 생각나고 가을 여행을 즐기셨던 엄마 모습이 떠오른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을 걸으며 주식 코인 걱정하는 이는 없다 (悳)

산동네 아차산 오르는 골목길 산 아래 빨간 지붕 집 대문 앞 작은 텃밭 가을볕에 배추 속 여물어간다 오고가는 사람 없는데 멀리서 개 잦는 소리 (悳)

달맞이 구름을 뚫고 얼굴을 내민 보름달 때 되면 어김없이 떠오른다 달 보며 소망을 빈 여인네들 할머니 치마폭 잡고 함께 바라보았던 손자 할아버지가 되어 바라본다 더 높이 돋아 고향 산 언덕에 누워계신 할머니께 감사하다 전해다오 (悳)

저녁 산책길 앞서가는 그림자 빨리 따라오라하고 둑방 풀섶 꽃들은 쉬었다 가라 한다 저 멀리 산책길 끝이 보이고 가로등 위에 앉은 까치 한마리 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다 (悳)

공원 풍경 오후의 공원 아가들의 웃음소리 손자 자랑 딸 자랑 꿈을 물어보니 엄마는 미스코리아 되라하고 할머니 의사 되길 바라네 공산당은 누가 무찌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