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행복하세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오늘 친구들 모임 있는 날 우산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서울살이 어르신네 공인 마패 지하철 개찰구 들이대니 "삐빅 행복하세요" 대머리 흰머리 턱수염 할배들 노란 사각 나무판 앞 마주 앉아 흰돌 검은 돌 무념의 시간 지나고 막걸리 잔 비우며 너스레를 떤다 "삐빅 행복하세요" 다시 한번 듣고 집에가는 길 경로석 구석에 앉아 막걸리 취기에 감겨오는 눈까플 얘들아 꼰대라 무시하지마라 우리도 젊었을 땐 엠원소총 메고 화순에서 지리산까지 2박3일 걸었고 울산에서 오사카에서 사우디사막에서 밤낮없이 뛰었다 "삐빅 행복하세요" 그래 고맙다 덕분에 오늘 하루 행복했다 (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