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재주꾼
사람마다 타고난 재주가 있다
그 재주를 팔아 생활의 도구로 삼는다
요즘 각광 받는 재주가 있다
말 재주다
말 재주꾼들이
세상을 요리하고 있다
세상을 가지고 논다
논객이란 멋진 이름도 붙였다
말로 희한한 신통력을 보여준다
검은색 돌을 집어 무슨색이냐 물으면
흰색이라 답한다
자신이 흰색이라 답했던 돌을
다시 집어 무슨색이냐 물으면
검은색이라 답한다
신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쳐다보는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혓바닥 놀림 머리 굴림이 번개같다
구경하는 촌놈들 그저 눈만 껌벅거린다
어눌한 사람 나서 사기쳤다 고발하면
본전도 못 건진다
이런 꾼들 붙잡아다 혼쭐을 내줘야는데
모셔다가 돈벌이 나선다
제법 장사가 되는 세상이다
화면만 켜면 우글거린다
늙은 할배들이야 구경하다
발 닦고 잠자면 되지만
젊은애들 꾼들 앞에 모여앉아
밤을 지샌다
어린애들 장래가 걱정이다
이런 꾼들 태어나서
쌀 한 톨 벽돌 한 장 만들어낸 적 없다
침침한 불빛 아래 곰팽이 핀 책 읽은 재주 뿐이다
이런 꾼들이 발호하면 민초들 피눈물 뿌렸다
또 이런 시절 맞은 것 같아 두렵다
잘나가는 꾼들
쌍판 잘 처다보면 특색이 있다
촉새 대가리
미꾸라지 몸통
꽁지머리
사자 대가리
안경 넘어로 번뜩이는 눈매
촌놈들 겁주는 비웃음
이따금 금박 둘린 면허증을 내보이기도한다
말이 그립다
검은 것을 검다 하고
흰 것을 희다 하는
차가운 머리 속이 아닌
뜨거운 가슴 속에서 나오는
어눌해도 진실이 담긴
얼음 냉수 처럼 정신이 확드는
그런 말이 그리운 세상이다.
공공 방송에서 말 재주로 진실을 가리는 자들은 노상 방뇨 행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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