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오늘의 생각

암병동

Sam1212 2019. 7. 9. 11:19

 

 

 

 

 

14번 진찰실

 

오늘 결과 보는 날

전철역 내려서 걸어가는 길

목구멍에 낚시바늘 걸린 기분이다

신호등 건너편 신축 병동

밀림 숲속 고릴라 앉아있는 모습이다

에스카레이터 타고 3층으로

친절한 노란 화살 표시

간암 대장암 최장암은 좌측이란다

 

접수 마치니 대기실은 벌써 만원

몰골들 유령 처럼 모두 벽면 스크린 보고 있다

함께 하기 싫어 복도 서성이며

벽면 광고판 읽어본다

5년 생존율 40% 육박

융단폭격 방식 적극 활용

통증 줄이는 신경절단술 개발

창밖엔  쏟아지는 햇살

비둘기 한 마리 아스팔트 앉아 먹이를 쪼고있다

 

스크린 화면에 내 이름이  떳다

14번 진찰실 이동 대기

진찰실 앞 복도 의자도 만원이다

고개숙이고 핸드폰 들여다보는 젊은이

한여름 두건 쓰고 눈감고 있는 아주머니

휠체어 밀고 들어간 부부 나오면 내 차례다

판결문이 길어지는가보다

갑자기 목이 마르다

드디어 문열리고  나온 두사람

고개 떨구고 휠체어 밀고 복도 끝으로 살아져 갔다

 

흰 가운에 안경쓰신 판관님

모니터 화면 한 번 바라보고

내 얼굴 바라보며 말했다

수치 좋아졌습니다

혈당 콜레스테롤 바이러스

정상입니다

술 안드시죠

3개월 후 다시보죠

감사  감사합니다.

 

 

 

"병원에 다녀왔다. 결과가 안좋다.

기대를 걸었던 면역치료제는 소용이 없었다.

종양은 그 사이에 더 자랐다.

입원 지시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저녁 산책을 했다.

바람은 신선하고 맑고 부드럽다.

허공에 맴도는 잠자리들은 흥겹다.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나는 이 세상을 마지막 까지 사랑할 것이다.

그것만이 나의 존재이고 진실이고 의무이다."

(아침의 피아노/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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