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내가 바라본 세상

즐거운 사람, 그저 그런 사람, 역겨운 사람

Sam1212 2011. 10. 11. 18:49

즐거운 사람, 그저 그런 사람, 역겨운 사람

 

 

직장생활을 끝 낸지 벌써 몇 년이 훌쩍 지나갔다. 일상의 많은 변화 중에서 특이한 부분은 타인과의 만남의 기회가 자연적으로 줄어들고 나 자신도 모르게 사람을 가려서 만나는 습관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타인과의 만남의 연속이었다. 깐깐한 상사 톡톡 튀는 부하직원들 그리고 셈 빠른 거래선들과 연일 끊임없는 만남은 상대방이 바뀔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변신이 일어나고 상대방의 무장 정도에 따라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노력이 자연스럽게 따랐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의 기회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만남의 범위가 점점 축소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사람을 만나기 전에 만나서 즐거운 사람인지 재미없는 사람인지 구분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만남의 빈도는 자연스럽게 만나서 즐겁고 재미있는 쪽으로 쏠리게 되고 재미없고 부담스런 사람이나 그런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모임에는 왠지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다.

 

생활하면서 제일 부러운 사람은 남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다. 말에는 유모와 재치가 넘치고, 일에는 낙관적이며 생활은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사람이 있다. 내 경험으로 보면 직장 안이나 직장 밖이나 스무 명쯤 모이면 이런 사람이 한 명 쯤 나온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 도덕성과 의리까지 갖추었으면 남자들 세계에선 최고의 사나이다. 정말 부럽고 존경스런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백 명에 하나쯤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사람들은 항상 빠듯한 살림에 걱정을 하면서도 어쩌다 운이 좋아 이글 샷이라도 하면 호기 한번 부려보기도하고  불공평해 보이는 세상사가 있으면 저녁에 욕설과 술 한 잔으로 날려버리며 살아가는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다.

 

요즘 내가 제일 만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들먹 거리는 사람이다. 직장 생활을 할때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도 표정 변화없이 맛장구를 치며 응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만한 이유도 없고 참아내는 내성이 떨어졌다.

 

얼마 전 청년시절 전방에서 함께 군 생활을 함께 했던 전우 모임이 있었다. 최전방 철책선의 한 중대에서 고락을 함께 나눈 전우들 20여명이 우정을 다져오는 자랑하고 싶은 모임이다.

 

모임이 있을 적마다 당시의 젊은이로 돌아가서 당시의 계급이나 선후배의 벽을 허물고 힘들게 고생했던 이야기나 무용담들로 정감 넘치는 이야기로 가득찬 모임이다.

 

그날 새로운 인물이 자리를 함께했다. 같은 부대 사령부에서 근무했던 분으로 한 회원이 우리 모임에 함께 하고 싶다고 해서 초청했다.

 

얼마 전까지 지자체 단체장을 지낸 분이란 소개와 함께 모두들 박수로 환영하였다. 그런데 소개를 받고난 이분의 행동이 가관이다. 우리 회원들을 마치 자기 부하직원 대하듯 하며 일일이 자기소개를 시키고 나더니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더니(내가 보기엔 별로 화려하지도 않지만) 정관계 주변 인물의 이름을 주워섬기고 정치 분야까지 화제의 폭을 넓혀 나간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내가 너무나 황당하고 역겨워서 한번 쏴줘야겠다는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은 우리 부대 출신으로 꽤 출세했다는 생각으로 자랑삼아 신나게 지껄이는데 갑자기 찬물을 뿌리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초청해 온 사람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 같아 가까스로 참았다.

 

큰 출세 도 아닌 지자체장 자리에 저 정도이니 저런 사람들이 더 윗자리에 앉으면 촛농 떨어질 때 서민들 눈물 흘리는 줄을 알 리가 없다.

 

 변사도 유형의 이런 사람들은 권력의 언저리에 똥파리 몰리듯 우글거린다. 지자체 실시 이후에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오만하거나 거들먹거리는 사람을 대할 때면 남들은 표정 변화 없이 맛 장구를 치면서 잘 넘어가는데, 나는 역겨움을 느끼거나 분기가 치민다.

 

 이런 자신을 바보면서  사회생활을 너무 까칠하게 하는 게 아닌지 또는 세상을 좀 더 대범하게 바라보는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건 아닌지 자책을 해보기도 한다.

 

아무튼 이런 사람들을 만난 후에는  그 후유증으로 마음의 평정심이 몇 시간에서 몇 일간 깨어지는 고생을 한다는 사실이다.

 

(2010.12.12 연말 송년회 모임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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