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내가 바라본 세상

증거를 대봐!

Sam1212 2011. 10. 11. 18:55

증거를 대봐!

 

얼마 전 유명 여성 산악인이 히말라야의 칸첸중가 등정에 성공한 사실이 매스컴에 요란히 보도되었다. 그러나 몇 일후에 그녀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어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녀의 칸첸중가 등정은 '히말라야 8천 미터 이상 14좌 세계최초 여성 완등'이란 기다란 수식어가 붙는 기록이어서 더욱 논쟁이 뜨겁게 일었다.

 

산에 오른 여성 산악인은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등정 사실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산악 전문인들은 그녀가 내보인 증거들에 많은 의문점을 제시하며 등정사실에 의혹을 제기했다.

 

8천 미터가 넘는 고봉에 오르는 일은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일이다. 전문 산악인이라 할지라도 특별한 체력과 등반 기술이 요구되며 경험과 훈련과 준비가 필요하다. 설사

 

 이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다 하더라도 소위 '설산 의 신령'이 허락을 하여야 등정에 성공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이 곳의 정상에 서는 일은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걸고 추위와 터질듯 한 심장의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이었을 것이고 때로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을 마주치기도 했을 것이다.

 

 신령에게 정상을 밟을 수 있는 영광을 허락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기도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런 고생을 십 수번을 넘게 해서 오른 정상인데 믿어주질 않다니,

 

당사자의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녀가 새로운 증거를 내밀 때 마다 또 다른 의혹들을 들이민다. 이 한 번의 의혹으로 그녀의 13번의 빛나는 성공의 기록물들은 구겨진 휴지처럼 돼버렸다.

 

나는 그녀의 해명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 어려운 난관을 뚫고 정상에 섰던 가슴 벅찬 희열의 순간들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날려버리려 하는 것일까?

 

" 나는 당신들의 그런 의혹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칸첸중가를 내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데 까지 올랐습니다. 그 곳을 오른 것은 나와의 싸움이며 도전이었습니다.

 

그 설봉이 13번째이든 14번째이든 나에겐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앞으로도 더 높은 봉우리가 나오면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 뿐 입니다."그녀는 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젊은 인기 남자 가수 한명이 허위 학력 논란이 일었다. 몇 년 전에 인기연예인들의 학력위조 사건이 있었던지라 다시 한 번 인터넷 사랑방에서 뜨겁게 불이 붙었다. 그가 다닌 대학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미국의 명문사립대학이다.

 

"그 들어가기 힘든 미국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와서 가수를 하고 있다고, 너 정말이니? "

그가 증거를 보여주었다.

 

"야! 네 졸업증명서 그거 좀 이상해 이름도 다르잖아. 확실한 증거를 보여줘?"

그는 다시 성적증명서도 보여주고 학교 교정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보여주었다.

 

"뭐라고, 3년 반 만에 학위를 받았다고, 웃기네! 우리 조카애도 서울에서 수재 소리 들었는데 지금 4년 째 다니고 있다."

 

그의 허위학력 논란은 인터넷 공간에서 젊은이들의 흥미를 더욱 돋우었다.

사이버 공간은 아프리카의 세렌게티 초원과 같다. 풀숲에 숨어 연약한 가젤이나 병든 누우를 주시하는 사자무리들이 있다.

 

 피 냄새를 맡으면 몰려오는 하이에나들도 우글거린다. 이들에게 한번 걸려들면 좀처럼 빠져 나가지 못한다.

 무리에서 벗어났던 누우 한 마리가 갑작스런 사자의 공격에 당황해하며 쫒기고 있다.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사자의 앞발에 채여서 목을 물리면 끝장이다.

 

앞으로만 질주하는 누우는 신속 하게 방향을 무리 쪽으로 바꾸어야 공격에서 벋어날 수 있는데, 누우는 앞만 보고 전력질주 한다.

 

이 불씨는 사이버공간에서 밖으로 나와서 신문 과 방송에 까지 불이 붙었다. 한 방송사가 미국 현지에 취재를 나가 그의 졸업사실을 확인하였고 그가 재학시절 훌륭한 학생이었음을 취재하여 방영하였다.

그는 왜 처음부터 이렇게 답변하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저는 분명히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여러분이 허위라고 큰 소리로 외쳐대니 저도 정말 졸업을 했는지 헷갈리네요. 그렇지만 저는 그 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에 크게 무게를 두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이 일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저의 모든 능력과 재능을 음악에 헌신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들은 왜 정상 정복에 성공하고도 좀 더 담대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가?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유는 있다. 그들은 처음엔 순수한 마음으로 출발하였으나, 이제는 이미 자본주의 시장의 거미줄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들 뒤에 서있는 스폰서업체 기획사 마케팅업체의 촉수에 묻어있는 끈끈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우리의 영웅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들 업체와 함께 통에 든 꿀물을 맛있게 빨아먹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과 신음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꿀물을 마시며 즐거워하려면 치러야하는 아픔의 과정이다.

 

초원의 포악한 사자나 야비한 하이에나는 가젤이나 누우에겐 공공의 적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역할이 있다. 병든 누우나 가젤을 사냥함으로서 야생 평원 전체의 생태계를 건강하게하고 종의 진화에 발전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20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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