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 이야기(초소 일지)

초소 이야기 20 (괴목 사건)

Sam1212 2020. 2. 24. 12:48


괴목 사건

 

대대장이 소대장인 나에게 특별한 작업을 명했다. 대대장이 계곡에서 채취 구해온 괴목을 소대 조각병인 최병도에게 잘 손질하고 다듬어 멋진 작품으로 만들라는 지시다. 대대장(김용희 중령/갑간)은 특전사에 근무하다 보병부대에 부임했다.  단단한 체격에 카리스마 넘치는 분이다. 예하 중대장들과 소대장들이 조금 어려워한다. 당시 우리 소대는 전투력평가에서 항상 우수했다. 대대장이 나에게 개인적으로  몇번 호감을 보인적이 있어 좋은 상하관계를 유지했다..


대대장이 보내온 괴목은 높이 50센치 폭 40센치 정도 되는 부채살 처럼 뻗은 나무 뿌리다. 단단한  뿌리가 땅속 자갈 밭을 헤집고 땅속으로 뻗어나가다 단단한 돌에 걸려  우측에 주먹 만한 흰돌과 좌측에 검은돌을 감싸안고 있다.  나무 뿌리를 채취하면서 생긴 흠집과 톱 자욱들을 표나지않게 제거하고 사포로 매끈하게 다듬는 작업이다. 내가 바라봐도 탐심이 생기는 괴이하고 멋지게 생긴 괴목이다.


조각병 최병도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한동안 대대장 지시의 작업만을 수행했다. 대대장은 몇번이나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작업의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나도 벙커 작업실에 자주 들어가 멋진 작품이 만들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감탄사를 발하곤했다. 소대원들도 그 물건이 대대장 것임을 잘알고 함부로 손대지 못했다.


대대장이 작업 지시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오후에 갑자기 수색 대대장을 동반하고 우리 소대를 방문했다. 소대 벙커위에서 동행한 대대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나를 불러 작업 지시한 물건을 가지고 나오라했다.  멋진 작품을 친구에게 자랑하며 보여주려했다. 

내가 벙커 작업실에 들어가  들고 나오려 괴목을 찾으니 보이지 않았다. 뭔가 좀 이상했다. 분명히 있어야할 자리에 괴목이 없다. 소대에 남아있는 대원들을 불러 물어봐도 모두 모른다한다.귀신이 곡할노릇이다. 최전방 GOP 벙커 안에 보관되있던 물건이 증발해버린 것이다.대원들 모두 대대장 물건임을 잘알고 있던 귀중품이라 누구를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우선 밖으로 나가 대대장에게 물건이 안보인다고 말했다. 대대장도 얼굴을 벌겋게 붉히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벙커에 들어가 소대원들을 모아 상황을 점검했다. 오전에 부대 전화 공사가 있었다. 당시 철책선 부대에 전기가 안들어와 밤이면 호롱불을 키고 생활했다. 그제서야 우리 부대에도 전기 공급 시설 공사가 있고 이 공사는 민간인 업자가 진행했다. 공사를 위해들어온 업자가 벙커에 잠깐 들린적이 있다고 주간 보초를섰던 소대원이 말했다. 


확실한 단서를 찾았다. 각 초소에 연락해 공사 차량을 수배하니 부대 초소를 벋어난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다 한다. 더 알아보니 공사 업자가 대진 읍내에 머문다고한다. 대대장에게 차량을 빌려달라고해 그들을 찾아나섰다. 도둑놈을 찾으면 들고나간 총으로 쏘진 못해도 개머리판으로 머리통을 갈겨줘야겠다고 흥분해 있었다. 대진 읍내에 나가 공사업자가 머무는 집을 찾아냈다. 집에는 외출하고 아무도 없었다. 업자가 머문다는 방을 찾아 작은 방문 틈으로 들여다 보니 책상위에 신문지로 커다랗게 포장한 괴목이 놓여있다. 문을 뜯고 들어가 들고나왔다. 


그 사연 많았던 괴목 지금 어느집 응접실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