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 이야기(초소 일지)

초소이야기16 (기념물 건립)

Sam1212 2020. 2. 24. 12:19


기념물을 세우다.

 

초소 근무 기념으로 무었인가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들었다. 해안 초소장을  마치고 전역하면 다시는 이 초소에 들어와보기 어렵다. 우리 초소는 서양 영화에나오는 별장 같은 분위기다.  초소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을 찻길로 S커브를 돌면서 올라온다. 초소 언덕위에 멋진 기념물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들었다.

 

기념물은 결국 나무를 활용하는 수 밖에 없다. 철책 안에들어가 기념물을 세울 나무를 베어오기로했다. 다행이 우리초소는 DMZ안으로 들어가는 통문을 관리한다. 통문  키를 소대장이 관리하고 있으니 본부에 들어간다고 보고하고 작전을 수행하면 되니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개 분대를 인솔해 통문을 열고 들어갔다. 깊숙히 들어가니 과연 나무들이 울창했다. 휴전 전에 마을이 있던 자리여서 꽤 모양이 좋은 나무도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뽕나무 하나를 발견했다. 아름드리 뽕나무 큰 가지들이 하늘을 향해 뻣은 잘생긴 나무다. 뽕나무는 재질도 질기고 쉽게 썩지도 않아 세워 놓으면 훌륭한 기념물이 될것 같았다.

 

대원들이 나무를 베는 동안 내가 직접 전방에 나가 경계를 서주었다. 조금 지루해서 총을 나무에 걸쳐놓고 담배 한 대를 피웠다. 나무를 찾아 너무 깊이 들어왔다는 생각이들었다. 사실 이곳은 수색대 관할 지역이다. 생각에 잠겨있다 뒤를 돌아 보니 대원들이 나무를 베어 목도를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내가 너무 앞으로 나와 경계를 서 대원들과 거리가 멀리 떨어졌다. 갑자기 약간의 공포감이 밀려왔다. 총을 다시 잡고 빠른 걸음으로 대원들을 따라붙었다.

 

뽕나무는 큰 가지만 남기고 잘라내어 초소 입구 언덕에 장승처럼 세웠다. 나무 모양이 너무 멋져서 보기 좋았다. 나무에 걸 현판을 만들어 걸어야하는데 멋진 구호가 떠오르지 않아 일주일이 넘도록 고민했다. 기껏 떠오르는 것이 '초전박살 ' 일발 필중' 이런 것들 뿐이다.

 

'북진통일'로 정했다. 역시 가장 군인답고 155마일 휴전선 최동북단 1번 초소로써 상징성이 크다는 생각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