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 이야기(초소 일지)

초소 이야기 23(송도 전복작전)

Sam1212 2020. 2. 24. 13:58

 

 송도 전복 작전

 

초소앞 DMZ 안에 송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좌측은 백사장과 연하고 우측 바다 쪽은 갯바위가 많다. 섬 전체는 작은 관목과 대나무로 덮여 있다.

7월이되어 날씨가 더워지면 대대장은 이따금 송도를 담당하는 초소장에게 특별한 명을 내린다. 

 

송도에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이다. 동해안에는 많은 해산물이 풍부하나 손바닥 만한 큰 자연산 전복은 예나 지금이나 귀한 진품이었다.

나는 수영과 물질을 할 수 있는 대원7-8명을 선발해 송도 작전에 들어간다. 섬 앞 북쪽에 경계병 2명을 배치하고 준비해간 마대자루 1개씩 나누어주고 해삼 전복을 채취한다. 나는 잠수에 자신이 없어 갯바위에 붙은 홍합을  주로 따 담았다. 작은 손바닥만한 홍합이 빽빽히 들러붙어있어 물속에 들어가 대검으로 하나 씩 떼어내는게 꽤 재미있다. 이곳은 일년 내내 민간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서 해산물의 보고다. 30-40분 정도 작업하면 마대 자루가 꽉 채워진다. 

 

간단하게 작업을 마치고 나면 갯 바위에 올라앉아 가지고 온 반합에 홍합탕을 끓이고 해삼과 전복으로  즉석 파티를 연다. 숨겨가지고 들어온 소주를 한 잔 씩 돌리고  막잡은 해산물을 군용  된장에 찍어먹는 맛이 괜찮았다. 내 기억으론 당시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반합에 아무것도 넣지않고 끓인 홍합탕이 제일 좋았다.

 

대원들이 회식을 하고있는 동안 경계병 2 명이 제대로 서고 있는지 섬을 돌아 나가보았다.  덩치가 크고 운동도 잘 할 것 같아 경계병으로 데리고 들어온 신병을 점검해 보았다. 그가  얼마나 긴장했던지 얼굴이 허옇게 굳어져있었다. 역시' 군대는 짬밥 그릇 수'라는 말을 이떄 실감했다.

 

작업을 마친 우리는 마대자루를 하나씩 메고 백사장을 걸어나온다. 철둑길 옆에 송도로 들어가는 작은 통문이 하나 있다. 대대장은 1호 지프차를 보내어 우리들의 전과물을 인수하러 나온다. 우리 대원들은 통문을 통과 하기 전에 마대 몇 개를 풀섶에 던져 숨겨 놓고 나온다. 대대장이 가장 좋아하는 전복을 군용 20리터들이 식관 2개에 꽉 채워서 인계한다. 송도 작전이 있는 다음 날은 전 대원에게 해산물 특식이 나오는 날이었다.

 

송도 작전을 함께 했던 노수경 대원은 지금 고향 경남 의령에 귀농해 밭 농사를 하고 있다 . 핸드폰 통화도 잘 안 터지는 산골이다. 몇 해 전 어렵게 통화를 하면서 노수경 대원이 말했다.  " 소대장님 예~ 언제 송도에 전복 따러 꼭 다시 한번 드러갑시데이"   약속했다. 다시 한번  송도에 들어가 함께 전복 해삼을 채취해보는 꿈을 실현하기로.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