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 이야기(초소 일지)

초소 이야기7(마달리 작전)

Sam1212 2020. 2. 24. 22:01

마달리 작전

 

군대에서 제일 통제하기 어려운 일이 술(음주)과 여자다. 혈기 왕성한 젊은 청춘들이 모여  생활하다보니 술은 어떤 통제를 가해도 기술 좋게 빠져나가는 구멍을 찾아낸다. 철책선 부대 800~1,000m 고지에서 생활은 여자는 못 데려가지만  술은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 보급을 받는다.

근무자의 음주 행위는 영창에 들어갈 수도 있고 참모총장의 '삼훈오계'라는 금주령도 시퍼렇게 살아 있었다.

 

소대에서 술을 구하려면 '마달리'라는 민통선  마을 까지 내려가야한다. 서울로치면 관악산 꼭대기서  사당동 정도 먼 길이다. 중간에 수색대가 주둔하고 있어 검 문소를 통과하는 위험도 따른다.

 

철책선에서도 한두달에 한명 정도의 전역자가 나온다. 대한민국 최동북단 오지에서 3년간 힘들고 험한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자랑스런 병사들이다. 전역을 1주일 쯤 앞둔 시점이면 소대장과 항상 가까이 지내는 상황병이 소대장의 기분을 살펴가며 소대장실 문을 노크하며 들어온다. "소대장님 이번에 김병장이 전역하는데 그대로 보내기 서운합니다"라고 눈치를 살피며 썰을 풀어댄다. 한마디로 말해 마달리로 술 보급 작전을 허락해달라는 얘기다. 우리는 통상 '마달리 작전'이라 불렀다. " 야 임마 지금 상황이 어느 땐데 그런 소리를 하냐"고 인상을 써가며 말하지만 이것도 다 작전이다. 너무 호락호락 허락해주면 분위기가 풀어져 사고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황병의 설득에 못이기는 척 들어주며 이번  작전에는 누가 뛸 것인지 정한다. 발빠르고 눈치빠른 상병 중에서 3명을 선발한다. 대원 3명을  앞에 세우고 소대장이 다시 한번 다짐을 받는다. 마달리까지 뛰어 내려가는데 2시간  경월 소주 1짝 짊어지고 올라오는데 3시간 도합 5시간 내에 작전을 끝내는 조건으로 허락한다. 철책선 부대에서 비 무장으로 병사들이 이동하는 것은 금지되어있다.  사전 보고없이 병력이 지역 이탈하는 책임은 모두 소대장이 져야하는 위험 부담이다.

 

한번은 마달리 작전 내려보낸 직후 값자기 내린 여름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났고, 산은 짙은 안개에 덮여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다.  대원들은 약속 시간 2시간이 넘도록 소식이없다. 날은 어두어져 앞이 안보인다.  안개에 덮인 계곡을 내려다보며 안절 부절 가슴조였던 마달리 작전,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