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 이야기(초소 일지)

초소 이야기4 (아름다운 화장실)

Sam1212 2020. 2. 24. 15:27

 

아름다운 화장실

   

 화장실은 소대원이 생활하는 지하 벙커에서 20미터 정도 떨어진 능선 후사면에 위치한다. 말할 필요도없이 재래식 화장실이다. 모두 4칸으로 1칸은 소대장용이다. 땅 바닥에 직사각형의 구덩이를 파고 나무로 발판을 얹었다. 벽은 나무를 엮어 울타리를 치고 지붕은 피나무 껍질을 얹었다. 그나마 소대장 전용은 나무를 촘촘하게 엮어 밖에서 잘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성의를 보였다 바람이 술술 들어오고 비가 오면 지붕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건 매한가지였다.

  

7,8월 여름에 화장실에 들어가 앉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파노라마 경관이 장관이다.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내달리는 푸른  능선, 푸른 동해 바다는 멀리 공제선 넘어 좌측 원산 앞바다에서 우측 포항 앞바다까지 둥근 반원을 그리며 펼쳐진다.

 

여름밤에 화장실에 앉아 문을 열어 제치고 있으면 더욱 화려한 바다풍경이 펼쳐진다. 오징어잡이 배  수십 척이 떠서 집어등을 밝히고 어로작업을 하는 광경이다. 오징어잡이 배들이 많이 뜰 때면 반대편 산 넘어 철책선에서도 밤하늘을 훤하게 밝혔다.

 

내 젊은 시절 산 속에서 험난했던 군 생활은 하루에 한번 화장실에 앉아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는 기쁨으로 큰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