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수술
초소에는 2명의 상황 근무자가 있다. 주야간 경계근무 대신 소초내 상황실에서 교대로 무전기와 전화기를 담당하며 외부와의 연락이나 지시를 수령하여 소초장에게 전달하고 소초장의 지시사항을 대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대학을 다니다 입대한 대원이 담당한다. 상황병은 소대장과의 접촉이 잦아 소대장의 심기 파악에도 노련하다.
하루는 상황병(고영대/ 당진)이 소대장실을 노크하며 들어와 멈칫거리며 이상한 제안을 했다. 소대에 포경인 대원들이 여러명 있는데 대대 위생병을 통해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전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당시 대대에 1명의 위생병이 배치되어 전방의 각 초소를 돌아다니며 간단한 치료를 담당하고 필요한 약도 지급해주었다.
GOP에 올라오기 전 예비대에서 내무생활을 하며 대원들 중에 여러명이 포경인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시 일석점호 시간에 팬티를 내리고 성기 부분을 확인하거나 엉덩이 부위에 구타 흔적이 있는지 몇번 확인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위생병의 포경 수술에 선듯 승락을 안하자 상황병은 옆 3소대와 화기소대에서도 여러명이 시술을 했다며 나의 허락을 구했다. 제대하여 민간 병원에서 수술하려면 꽤 큰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상황병의 설득에 소대원들의 포경 수술 시술을 허락했다.
몇 일후 야간에 소대장실에 상황병이 노크를 하고 들어와 소대장 순찰용 랜턴을 빌려달라 한다.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지금 수술을 하고 있는데 어두어서 랜턴이 필요하다 말했다. 당시에는 전방 초소에 아직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어서 호롱불을 켜고 생활하고 있었다. 랜턴을 빌려주고나서 어떻게 수술을하고 있는지 궁금해 수술 중인 벙커내의 방에 들어갔다.
커다란 식탁 위에 대원 한명이 바지를 벗고 천정을 보며 누워 있었다. 호롱불 2개를 심지를 한껏 올려 불을 밝히고 빌려간 랜턴으로 수술 부위를 비추고있다. 식탁위에는 피묻은 가제와 솜들이 나뒹굴고 있다. 마치 시골에서 솜씨없는 일꾼이 닭잡는 광경같다. 끔찍한 광경을 대하니 갑자기 메스꺼움이 올라와 뒤돌아 나왔다. 수술이 끝난 후 물어보니 소대원 3명이 시술을 받았다.
문제는 몇 일 후에 나타났다. 수술받은 대원 중 한 명(주문종/옥천)이 문제가 발생했다. 그 곳에 염증이 생겼다한다. 바지를 벗기고 확인해보니 꾀맨 자리가 벌겋게 부풀어 올라 도저히 눈뜨고 볼 수없는 끔찍한 모습이다. 당장 어떻게 조치할 아무헌 방법이 없었다. 근무를 열외시키고 휴식을 취하게 하는게 전부였다. 그는 초소 앞 양지 바른 곳에 의자에 앉아 바지를 내리고 그것을 밖에 내놓고 일광욕을 하는 일이 전부였다.
걱정이 되었다. 상황병을 불러 자세히 물어보니 공짜로 시술한 줄 알았는데 위생병이 만원 씩 받아 갔다고 말했다. 내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돌파리 위생병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다른 초소에 나가 활동중인 위생병을 어렵게 전화 연결되었다. 당장 정상적으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고함을 치며 호통을쳤다. 위생병이 겁이 났는지 다음날 즉시 달려와 응급 조치와 고단위 항생제를 주었다. 일주일 정도 더 고생 후 기까스로 사태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주문종 대원 그때의 고생 덕분에 대원들 중에서 가장 많은 자손을 보고 지금 세종시에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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