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 이야기(초소 일지)

초소 이야기 3-1 (경계 그리고 안전)

Sam1212 2020. 2. 25. 16:23

경계와 안전


GOP부대의 임무는 완벽한 경계 근무다. 초소의 경계 관할 구역은 통상 1.5~2 Km 정도다.  평지 1Km는 가까운 거리지만 험준한 산악 지역은 평지의 배 정도 길게 느껴진다. 험한 산 골짝을 오르락 내리락 뻗어나간 철책선은 200계단이 넘는 곳이 여러군데다. 너무 가팔라서 순찰로를 따라 설치된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곳도 있다. 야간에 소대 경계지역 순찰로를 한 바퀴 돌고 초소에 돌아오면 서울의 북한산이나 관악산 중간 정도를 등산하는 셈이다.


완벽한 경계근무 못지 않게 초소장이 신경써야 할일이 안전사고가 없도록 하는 일이다.

항상 실탄이 장전된 소총과 야간에는 수류탄까지  휴대하기에 모두가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풀숲에 깔려있는 미확인 지뢰도 종종 발생하는 사고의 원인이다. 초소당 20발 정도의 크레모아도 설치되어 있다. 옆 부대에서 크레모아를 잘못 다뤄 큰 사고가 났었다. 우리 중대에서도 사고로 사망한 일병(경기 화전)이 있어 중대 대표로 춘천의 야전병원에 조문간 일이 있다.  이미 화장을 마치고 떠나 조문을 못하고 옆 대대 크레모아 사고  병사들의 병상을 찾아보았다. 얼굴은 시꺼멓게 그을리고 팔을 절단한 끔직한 모습으로 누워있어 차마 똑바로 쳐다보기가 민망했다. 


소대장으로 복무하는 동안 함께한 우리 대원 모두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고 안전 귀향했다는 사실을 가장 보람있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