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 이야기(초소 일지)

초소 이야기 11 (금강산을 화폭에 담다)

Sam1212 2020. 3. 7. 20:56


금강산을 화폭에 담다


우리 초소(7-5P)는 해발 800 고지에  위치 한다.  서쪽  위로는 까치봉과 건봉산이 있고 우측 동으로는 고황봉을 지나  능선은 바다를 향해 달려나간다.  우리와 마주한 전방 북쪽으로는 금강산 일만이천봉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우리 초소도 금강산 일만 이천 봉우리 중의 하나인 셈이다.

우리측 능선 7~8부 능선을 따라 시커먼 철책선이 만리장성 처럼 산 능선을 할퀴며 뻗어나가 동해를 만나서야 끝이난다. 철책선 안 비무장지대에 있는 GP가 닭장 처럼 작게 보인다.우리 쪽 능선과 북한측 능선 사이로 남강이 흐른다. 여름에 비가 내린 후 남강에서 물안개가 피어 오르면 작은 봉우리들은 모두 안개구름 속에 잠기고 금강산의 큰  연봉들만 구름위에 떠있다. 초소에서 이광경을 바라보면 신선이 산다는 선계에 들어온 느낌이들어 황홀경에 빠진다.  저녁 노을이 붉게 금강산 연봉들을 감쌓안을 때도 장관이다.


이 장관을 혼자 보기 아까워 휴가자 편에 스케치북과 4B연필을 구입해와 금강산 풍광을 스케치해 담았다. 아마도 조선시대 정선이 금강산 전도를 그린 후 금강산 실경  일만이천봉을 바라보며 화폭에 담은 화가는 내가 처음 아닐까하는 자부심도 갖는다.


이 스케치 화폭 하나를 전역 후 유화로 그려 우리집 벽에 걸어놓고 젊은 청춘으로 돌아가 그때의 황홀경에 다시 한 번  빠져보는 재미를 맛본다.



아! 까치봉


일만이천 봉우리 막내동이

남강 물안개 피어오르면

비로봉 더 높아보여


철책선 푸른 능선 할퀴며

동해로 달려도

고진동 까마귀 뗴

남북을 넘나든다


철조망에 걸린 둥근달 보며

눈물 흘린 초병 얼마이든가

갈대숲 고라니 강  건너가고파

오늘밤도 피토하며 운다.